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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부동산 양극화가 말해 주는 ‘위험신호’
  • 전범주 매일경제 기자
  • 승인 2018.10.1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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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중앙로(명동8길)에 위치한 홀쭉이 꼬마빌딩 한 채가 땅값 3.3㎡당 10억원 넘는 액수에 거래됐다. 지난 8월 말 서울시 중구 명동2가 52-12번지에 위치한 지상 7층 규모 빌딩이 200억원에 팔렸는데 대지면적이 63.1㎡(19평)에 불과했다. 3.3㎡당 10억478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셈인데, 국내 부동산 최고가 거래로 알려졌다.

전세보증금이 40억원인 아파트도 나왔다. 한 국회의원이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전국 아파트 전세금을 전수조사했는데, 서울 강남의 상지리츠빌카일룸(전용 237.74㎡)과 마크힐스(전용 192.86㎡) 등 고급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40억원으로 조사됐다. 아크로리버파크, 갤러리아포레, 한남더힐 등 전세금 상위 10개 아파트의 전세금이 모두 30억원을 넘어섰다.

땅값 3.3㎡당 10억원, 전세금 40억원. 이런 숫자들은 부동산 시장 초양극화의 단면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 반대쪽에는 아찔한 낭떠러지가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고 상권이라는 명동도 예전 같지 않다. 중앙로에 위치한 수십 개 빌딩은 나오는 대로 신고가를 경신하며 팔리지만, 한 블럭만 이면도로 쪽으로 들어가면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강남권도 지하철 강남역~신논현역 대로변의 마흔개 남짓 빌딩을 제외하면 경기악화 앞에 ‘강남불패’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진다. 명동과 강남 변두리도 이럴진대 서울 외곽과 지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파트 전세금도 40억원 넘는 고급빌라가 있는가 하면 200만원짜리도 존재한다. 실제 충북 영동군의 훼미리타운의 보증금이 200만원(33.0㎡), 경기 시흥시 부국미산아파트(41.13㎡) 외 17곳이 300만원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는 더 세밀한 구역별로 더 가열차게 심화되고 있다. 이유는 핵심 부동산을 안전자산으로 보는 사회적 컨센서스 때문이다. 10년 넘게 전 세계가 돈을 풀어오면서 인플레이션을 이겨내기 위한 실물자산 매입, 그중에서도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핵심자산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까지 젊은 나이에 사업으로 거부를 움켜 쥔 기업가들이 회사를 팔아 빌딩을 사는 것도 이런 연유다. 국내 배달앱의 원조인 ‘배달통’의 전 최대주주도 2014년 자신의 지분 일부를 독일 온라인 유통업체에 넘기고 받은 300억원으로 58억원짜리 청담동의 꼬마빌딩을 샀다. 인기 게임 개발사인 이츠게임즈의 1980년대생 창업자도 넷마블게임즈에 자신의 지분을 팔아 200억원을 벌었고, 지난해 69억원짜리 역삼동 빌딩을 매입했다.

하지만 안전자산 선호는 안전자산의 희소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값과 달러가 급등하는 건 뭔가 세상이 위험하다는 신호다.

지금껏 강남과 용산, 여의도가 치고 달리면, 서울과 수도권 주변 지역들이 갭 매우기를 하면서 상승랠리가 이어져 왔다. 상승장에서 대구, 광주를 제외한 지방은 아예 배제됐다. 이제 양극화는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 내에서도 강남구 내에서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여기만은 안전해’라는 믿음이 깨질 때까지 말이다. 달이 차면 기울 듯, 가격도 오르다가 내린다. 양극화의 간격과 가속도가 커질수록, 맨 앞만 보며 뒤따라 뛰던 대다수는 크게 실족할 수 있다.

전범주 매일경제 기자  bom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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