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직불제도 손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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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대금 직불제도 손볼 때가 됐다
  • 논설주간
  • 승인 2019.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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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설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하도급대금 직불제 확대’를 주문했다. 원도급업체의 횡포에서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건설업에서의 공정거래를 정착·확대해달라는 대통령의 주문도 허사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악덕 원도급업체들이 하도급업체를 쥐어짜기 위해 현행 하도대 직불제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하도급법은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간에 합의한 때’에는 발주자가 하도급업자에게 대금을 직접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하도급법 14조 ①의 2.)

그러나 △하도급업자와 작성한 합의서를 발주자에게 제출하지 않고 △하도급업자에게는 직불합의서 작성을 내세워 하도대 지급 보증서를 교부하지 않는 수법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삭감하는 원도급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급보증이 면제되면 대금 미지급과 삭감, 공사 강제 타절 등에 대응력을 상실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A전문건설업체는 지난해 말 경기도에서 공공공사를 수주한 종합업체로부터 ‘발주자 직불합의를 하고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면제하자’는 요청을 받았다. 이 종합업체는 A사를 강요하다시피 해서 작성한 직불합의서를 발주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지급보증만 면제 받았다. 결국 A사는 이 종합업체로부터 공사 강제 타절과 대금 부당 삭감을 당해 3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 역시 경기도의 B전문건설업체도 직불합의서를 허위로 작성한 종합업체가 하도대 지급보증서를 교부하지 않아 2억원의 피해를 당했다.

이런 갑질이 가능한 것은 원도급업자와 하도급업자가 먼저 직접지불에 합의한 후 원도급자가 양자 합의서를 발주자에게 제출, 발주자가 합의 도장을 찍어주는 형식으로 작성해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라도 3자 참여 합의서가 작성되면 하도대 지급보증을 면제받을 수 있다. 지급보증을 면제 받으면 이를 무기로 하도급업체를 쥐어짜는 갑질이 한결 쉬워진다.

직불제도는 원도급자가 우월한 지위를 악용,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부실시공 우려가 커지자 도입됐다. 도입 당시 건설업 전체에서 하도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68.8%, 전체 공사 중 71% 이상이 공사대금의 40% 이상을 어음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이 중 어음만기일 60일 이상이 78.8%로 하도급자 할인료 부담이 연간 64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취지에서 도입된 직불제도가 일부 악덕 원도급업자에 의해 새로운 착취 수단으로 변형된 것에 대해 전문건설업체들은 “하도급업체들을 보호해야 할 ‘발주자 하도대 직불제도’가 오히려 피해를 조장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건설업체들은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발주자와 원도급자, 하도급자 3자가 한 자리에서 합의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가장 좋으나, 어려울 경우 발주자의 직불 동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렵게 만든 하도대 직불제도를 다시 손볼 때가 됐다.

[논설주간]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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