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최근 새 국토교통부 장관에 최정호 전 2차관이 내정되자 국토부 노동조합이 이례적으로 환영 성명을 냈다. 줄곧 국토부에서만 일해 온 순수 혈통 공무원이 오랜만에 장관에 낙점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정치인이나 타 부처 출신 등 외부에서 임명되던 것과는 달리 내부승진의 좋은 사례라는 것이다.

최 내정자는 국토·교통 분야를 두루 거쳤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남았지만 지금까지 경력만 놓고 보면 전문가이자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최 내정자를 소개하면서 ‘균형발전과 신한반도 경제’, ‘기존 산업의 혁신 및 공유경제’ 등을 언급했다. 여러 가지를 주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순위와 경중, 실현가능성 등을 잘 따져서 실천해 나갈 일이다. 그 중에는 건설업계가 시급히 헤쳐 나가야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건설업계에는 지금 종합건설과 전문건설간의 업역 칸막이를 제거하는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건설업은 지난 40여 년 동안 종합건설이 주로 수주와 시공관리를, 전문건설이 하도급으로서 직접 시공을 하는 일종의 분업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두 업역 간 상호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생산체계 개편 안이 법제화됐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만큼 기대와 우려가 혼재한다. 특히 종합건설에 비해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약한 전문건설업계로서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겸업 활성화, 전문간 컨소시엄 허용, 발주요령·상호실적인정기준 마련 등 후속조치들이 하나 둘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허약한 전문건설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헤비급과 라이트급이, 대학생과 중학생이 같은 조건으로 시합을 벌일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이른바 ‘만능면허’로 변해 그 수주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모호한 만큼 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건설산업 생산체계 혁신안들의 구체적인 후속 조치나 제 규정, 지침 등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건설현장으로 가보면 절박함이 피부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올해 SOC 예산이 작년에 비해 조금 늘긴 했지만 건설업체들의 수주가뭄은 여전하다.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도 아직 국회 문턱에 걸려 답보상태다. 일감은 점점 줄어들고 한파, 폭염에 초미세먼지까지, 건설사와 건설근로자들을 짓누르는 고난의 덫은 가혹하기만 하다. 여기에 더해 그 자체가 권력화 된 거대 노조들의 횡포는 건설인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

현재 건설현장에 노조가 8~9개나 되는데도 신규 현장이 생기면 부리나케 달려와 자기 조합원을 의무고용하라고 강요하고 협박하기도 한다. 고용도 없이 노조 전임비만 수천만원씩 지급해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초보를 숙련공으로 둔갑시켜 일당을 달라고 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주는 일이야말로 새 장관을 맞은 국토부가 해주면 박수 받을 만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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