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하면 변한다고 했던가.

침체 일색의 건설업계에 반가운 소식들이 몇 개 들려온다. 정부가 지난 7일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집값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대규모 SOC(사회기반시설) 공사가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는 여론에 비춰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공공 발주에 자신들 지역 건설업체를 하도급으로 많이 참여시켜주는 것과 함께 가급적 해당 지역 근로자와 자재를 써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제조업과 자영업이 몰락한 가운데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다.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지수도 두 달 연속 상승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전문건설업 경기실사지수(CBIS)는 전월(77.4)보다 상승한 84.5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종합건설업의 지난 4월 경기실사지수 역시 88.6을 기록,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1분기 동안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치는 다소 의외라는 감이 없지 않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는 향후 경기 동향에 대한 건설사업자의 의견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면 비관적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80대라는 수치만 놓고 보면 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살아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종 통계나 건설업계 ‘현장 지수’를 보면 어둡다 못해 암울하기까지 하다.

사실 건설을 대하는 현 정부의 철학부터 비호의적이었다. 도로, 항만 등 SOC를 통한 경기부양을 인위적인 것으로 보고 가급적 자제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SOC예산은 2017년 22조1000억원에서 2018년 19조원으로 감소했다. 이 사이 경제성장률은 2017년 3.1%, 2018년 2.7%로 후퇴했다. 이는 다시 건설투자 감소로 이어져 2017년 7.6%였던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0%로 급감했다. 건설업 일자리도 타격을 입어 지난해 3분기 전문건설 8만9000개(-7%), 종합건설 2만4000개(-4.1%)등 총 11만3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급기야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수준인 -0.3%로 돌아서버렸다. 건설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건설 SOC를 삐딱하게 대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부랴부랴 생활SOC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원래 상반기, 봄에는 건설경기가 온기를 찾는 경우가 많다. 경기부양을 위한 의도적인 재정조기집행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잠깐 나아진 것 같은 수치만 보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경고등은 이미 여기저기 켜진 상태다. 이런데도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주역의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나라 살림이 궁해지고 있고 변할 때가 됐다.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의 마중물은 역시 건설 SOC 활성화만한 것이 없다. 더 이상 실기(失期)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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