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 전문건설업체인 A사는 굴지의 대형 종합건설업체인 ㄱ사의 현장에 지난해 참여했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서면실태조사 관련 협조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요청내용에 구체적인 현장 등이 기재돼 있어 익명 보장이 지켜지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에 제대로 된 답변을 못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하도급업계에서 공정위의 서면실태조사가 종합건설업체에게 유리하게 돼 있거나 익명을 보장하기 어려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정기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종합건설업체들로부터 협력사 및 하도급에 참여한 업체 명단을 제출받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종합업체들이 분쟁이 있는 하도급업체들을 제외하고 명단을 제출해 실태조사가 종합에 유리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하도급업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공정위 실태조사를 경험한 업체들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도산할만큼 피해를 당하지 않는 이상 마음먹고 고발할 업체는 없다”며 “상황이 이런데 실태조사 업체 선정을 원청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재 구조로는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종합업체들이 불리한 답변을 할 만한 업체들을 추려내고 보내도 공정위 차원에서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만큼 조사 신뢰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출신 한 업계 전문가는 “공정위는 일이 많고 바쁜 조직 중 한군데라 제출된 명단을 검토해 볼 여유도 방법도 없는 게 사실”이라며 “업체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신뢰성을 높일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체들은 특히 정기 서면실태조사보다 비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가 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 관련 협조요청서에 업체명, 공종, 공사 현장, 납품일, 인도일 등 지나치게 구체적인 사항들이 기재돼 있어 하도급업체들이 익명보장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답변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해당 공문 수령 경험이 있는 수도권 소재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실태조사도 일종의 고발행위인데 구체적인 현장 등을 언급하며 답변하라고 하면 누가 나서겠냐”며 “업체들은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조금 더 신중을 기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하도급업계에서는 실태조사에 대한 신뢰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공정위는 실태조사 결과 부당 대금감액·위탁취소, 기술유용 등 4대 불공정 행위와 부당특약 설정 행위 등이 97% 이상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발표를 보면 이런 잘못된 실태조사 결과를 상당히 신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불공정하도급 개선 정책 등에도 반영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실태조사 시스템상 익명 보장이 안된다거나 하는 정보가 유출 가능성은 없다”며 “공정위를 불신하는 업체들 인식개선이 이뤄지면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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