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 ‘하늬라벤더팜’
라벤더팜 한 바퀴 걷는데 1시간
호밀밭·메타세콰이어 길도 운치

◇단비 내리던 어느 날의 고성 하늬라벤더팜
◇단비 내리던 어느 날의 고성 하늬라벤더팜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살며시 다가온 그대’를 왜 하필 ‘보랏빛’에 빗대었을까? 고성 라벤더팜으로 향하던 중 문득 ‘보랏빛 향기’ 가사를 떠올렸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생각이 이 길 위에서 스친 건, 곧 만나게 될 보랏빛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늬라벤더팜의 라벤더들이 일제히 보라색 꽃망울을 터뜨려 장관을 연출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라벤더는 단풍이 들기 전까지 초록밖에 보여줄 것이 없는 이 가난한 계절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다. 그 특별함을 알기에,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도 일부러 고성을 찾는다.

우산을 쓴 채 본격적인 라벤더팜 탐방에 나선다. 입구에서 바라보면 정면과 오른쪽에는 라벤더 밭이, 왼쪽으로는 호밀밭이 있다. 산책길은 왼쪽과 오른쪽 두 갈래로 나뉘는데 이정표상 시작점은 왼쪽 길이다. 

입구 반대편에는 메타세콰이어가 병풍처럼 서 있다. 나무들 사이에 군데군데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돼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누군가는 메타세콰이어를 보며 ‘뜻밖’이나 ‘우연’ 같은 단어를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 역시 농장주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풍경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라벤더를 관찰할 차례다. 꽃잎을 가까이서 보니 첫인상은 수수하다. 메타세콰이어나 양귀비가 저 홀로도 위용을 드러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생각했던 것보다 키도 훨씬 작다. 무릎을 겨우 가리는 정도다.

하지만 광활하게 펼쳐진 라벤더 군락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향기는 진해지고 빛깔은 더욱 선명해진다. 오늘처럼 비가 오면 더 그렇다. 바람에 살랑이며 보랏빛 바다를 만들어낸다.

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농장에서 기르는 닭과 병아리는 이곳에서 먹이를 찾고 산책을 한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꿀벌도 꽃가루 채취에 여념이 없다. 가만히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이면 꿀벌의 행복한 노랫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하늬라벤더팜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는 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체험거리가 많아지는 주말이면 그것보다 길어질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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