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8일 ‘부당특약고시’를 제정했다. 전문건설업계의 숙원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침체 등 건설경기 부진으로 여러모로 어려운 처지에 부딪힌 전문건설업계의 경영 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것이며, ‘원도급 종합건설업체는 갑,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는 을’이라는 천형 같은 ‘갑을관계’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 고시 제정을 위해 수년째 애써온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회장 김영윤)를 비롯, 전문건설업계의 모든 종사자들에게는 어떤 격려도 부족할 것이다.

과거에도 하도급 전문업체에 대한 원도급 종합업체의 부당특약을 금지하는 법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합건설업체는 부당특약을 금지하는 행정지침 등 규정이 아무리 새로 만들어져도 더 새로운 특약을 만들어내 하도급업체를 쥐어짜고 공정거래 당국을 비웃었다. 이번에 제정된 부당특약고시는 종전의 법령보다 더 포괄적이고, 구속력도 더 강하다는 점에서 종합건설업체들이 전처럼 미꾸라지같이 법망을 피해나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도둑 열 포졸이 못 막는다”는 속담은 언제나 유효하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에 제정된 부당특약고시의 세부 항목은 5개 유형 16개 항목이다. 먼저, 하도급업체의 계약상 책임을 가중하는 경우를 부당특약으로 분류했다. 세부적으로 하도급자의 산재예방비용, 손해배상책임, 하자담보책임 등을 전가하는 행위와 계약해지 사유를 과하게 명시한 경우 등을 부당특약으로 명시했다.

하도급업체의 의무를 하도급법으로 정한 기준보다 높게 설정하는 경우도 부당특약으로 규정했다. 계약이행 보증 금액의 비율을 하도급법상 기준보다 높이거나 보증기관 선택을 제한하는 약정과 부당하게 연대보증을 하도록 하는 약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외에도 원사업자의 하도급법 위반 사실을 신고하거나, 관계기관 조사에 협조하는 행위 등을 제한하는 약정과 하도급업체가 취득한 정보와 자료 등의 권리를 원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약정 등도 부당특약으로 명시했다.

16개 세부 항목에 적시된 부당 특약은 대부분 원도급업계가 기존 하도급법령을 피해나가기 위해 새로 만들어낸 것들이다. 공정위가 창을 던지면 원도급 종합업체들은 새로운 부당특약이라는 방패를 만들어 당국의 단속을 피해온 것이다. 원도급업체들의 이런 부당특약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전문건설업계에 큰 피해를 안겨왔다.

공정위는 이번에 마련한 고시 제정안에 그치지 않고 하도급업체의 신고와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당특약 유형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특약의 유형을 구체화한 만큼 향후 원도급업체의 각종 부당특약 설정행위를 억제하고, 법 집행력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공정위가 계획을 현실화하고, 공정위 관계자의 기대가 충족되려면 원도급업체로 하여금, 부당특약을 비롯한 불공정거래로는 돈을 벌기는커녕 종전보다 몇 배나 더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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