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재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등 산재은폐를 막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가고 있지만 현장근로자와 원청사가 여전히 공상처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상처리로 아무런 이득이 없는 전문건설업체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불법을 떠안고 공사비 누수를 감당해야 하는 꼴이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9일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에 산재를 은폐한 건설사는 공공공사 하도급 참여를 못하도록 제한했다. 제한기간은 연간 사망재해자 2명인 경우보다 2배 긴 최대 8개월로 설정했다.

올해 초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PQ심사에 반영하는 산업재해지표를 기존 환산재해율에서 ‘사고사망만인율’로 바꿨고, 고용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기획재정부와 계약예규 개정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처럼 산재를 은폐하고 공상처리를 하던 관행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원청 및 현장 근로자의 인식 전환은 아직 멀어 보인다.

전문업체 관계자들은 “종합업체의 조직적인 공상처리 강요 행위는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원청사 임직원들은 안전분야 실적이나 인사고과 불이익을 우려해 산재 보고를 여전히 기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근로자들은 경미한 사고까지 산재신청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무작정 법대로 했다가 원청 직원이 앙심을 품거나 협력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업체 산업재해발생률 산정?평가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에서 공상처리 주요원인은 ‘공사입찰시 불이익 최소화’와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 불이익 최소화’가 1, 2위였다. 이 요인들에 대해선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3순위로 꼽힌 ‘현장 관리자 인사고과 불이익 방지’에 대한 개선책이 없어 공상처리에 대한 원청의 태도가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현장 근로자들이 여전히 공상처리를 원하고 있는 것도 주요원인으로 지목된다. 산재처리를 하는 것보다 공상처리로 얻는 금액이 보통 2배는 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상처리 후에는 산재 미보고를 건설사 약점으로 잡아 추가적인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만약 하도급업체가 이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지 못할 경우 원청으로부터 하도급입찰 정지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재해자의 추가적인 돈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한 철근콘크리트공사업체 관계자는 “타워 월례비보다 더 큰 공사비 누수는 공상처리비”라며 “산재보험료는 보험료대로, 공상처리는 공상비대로 부담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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