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대책없는 섬’에서 다시 ‘흠모의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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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대책없는 섬’에서 다시 ‘흠모의 섬’으로
  • 원용진 교수
  • 승인 2019.07.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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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7월1일부터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해 오고 있다. 도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자동차가 늘어난데 대한 처방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자동차 대수가 26만여 대가 늘었고 그에 따라 교통혼잡, 소음, 매연 등의 문제가 뒤따랐다.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전국 평균을 상회하게 됐으니 청정 관광지란 명성을 까먹을 정도에 이르렀고, 급기야 증명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불편함은 고스란히 제주도민이 떠안게 됐지만 위기 앞엔 장사 없으니 온갖 불만에도 밀어붙였다. 

2019년 7월 현재 제주에는 70여만 인구가 등록돼 있다. 2018년 이후 인구 증가세가 꺾였다곤 하지만 2012년 등록인구가 58만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타 지역에 비해 엄청난 증가세를 보여준 셈이다. 이들이 배출해 내는 생활폐기물량도 엄청나서 지난 7년 사이 70%가 증가했다. 자치도는 온갖 아이디어를 다 짜내 곳곳에 분리수거대를 설치하고, 재활용률을 늘리는 등의 대응책을 내놨지만 배출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징후가 분분하다. 관광객들이 주민의 3~4배에 달하는 쓰레기를 배출할 뿐 아니라, 도시 행정에 대한 숙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인구가 늘어남에 자동차 보유대수가 덩달아 늘고, 쓰레기 물량이 넘쳐나는 일은 제주도로선 치명적인 문제다. 청정함, 안온함, 색다름을 내세워 살아온 도시가 타 지역 뺨치는 도시 문제로 신음하고 있으니 이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린 셈이다. 도시차고지증명제, 쓰레기분리책, 대중교통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제주 지역을 과거의 명성으로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가상승, 부동산 폭등, 지하수 오염 등의 문제까지 보태면 이곳을 거니는 것 자체가 짜증스런 일이 되어 버릴 정도다. 도시 실패의 전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붐이 수그러들었다곤 하지만 아직도 오피스텔 공사가 제주 도심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도시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고 난 후에 생길 공동화 현상을 떠올리면 대단위 건설 자체는 끔찍한 사건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직도 더 많은 인구, 자동차, 쓰레기, 일확천금의 욕망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마른 빨래 짜듯 그 여력을 극한으로 밀어붙여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산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 활기가 빠진 것을 넘어 적막해 버린 제주 구도심을 보면서 섬 전체가 저 모양이 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앞서지만 건설의 망치소리는 줄지 않고 있다. 대책 없는 섬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다.

도시의 지속가능성 실패의 조짐은 제주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전국의 도시가 그런 꼴을 안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 지속가능한 도시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온갖 노력을 벌이지만 성공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도시재생이나 지속가능성을 도시 개발의 대체로 삼지 않고 보완으로만 사고하는 탓이다. 여전히 지자체장의 머릿속엔 발전, 개발, 건설의 비중이 재생, 지속가능을 앞서고 있다. 그로 인해 문제가 불거지기에 이르면 슬그머니 대응책을 내놓고 그를 두고 재생인양 혹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책인양 설레발치는 행태를 반복한다.

성장 목표치를 최대한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지표는 성장한계지수다. 도시가 감당해 낼 수 있는 한계치를 정하는 솔직함이 도시 정책의 한 가운데 있어야 한다. 더 이상 폐기물을 수출할 곳도 없고, 버릴 곳도 없으니 쓰레기를 만들 인구의 유입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내놓지 않고선 해결을 해낼 수 없음을 고백해야 한다. 제주의 삼무(도둑, 거지, 대문), 삼보(바다, 한라산, 방언)가 전설이 될 지경에 놓였음을 고해하고, 개발과 성장 중지가 곧 성공의 지표라는 양해를 얻어내야 한다.

솔직하게 성장 한계를 고백하기, 현 실황에서 바꾸어 내기, 새롭게 짓지 말기, 되살리기를 행하지 않고선 도시를 지속시켜 나갈 수 없게 됐다. 여전히 그를 역행하려는 욕망이 있음에 주목하고 그 기를 꺾어 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우리가 살 도시라는 터전을 포기하는 비극을 맞게 된다. 지금 제주는 반면교사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모두 나서 그를 ‘흠모의 섬’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자체 살림을 꾸리는 사람이나 건축하는 이들 주민 모두가 그에 앞장서야 한다. 섬 밖에 다른 도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제주에 주목할 뿐 아니라 자신이 발붙인 곳에서 그런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이다. 도시가 숨에 차 헐떡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원용진 교수]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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