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등 5개사 투찰가격 담합…1·2심 “소멸시효 완성”→대법 “시효 남아”

포항 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공사비를 담합한 건설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2심 내리 패소한 정부가 대법원 판결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대한민국 정부가 SK건설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옛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건설사들은 2009년 9월 공고된 포항 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입찰에 참여했고, 이듬해 2월 SK건설이 최종 낙찰받았다. SK건설은 2010년 3월 정부와 1차 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달 2차 계약, 2011년 1월 3차 계약, 2012년 1월 4차 계약을 체결해 계약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이후 1792억여원을 공사비로 지급받은 SK건설은 2014년 7월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2014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투찰 가격을 미리 협의하는 등 부당한 담합행위가 있었던 점을 적발했고, 공사비가 일부 부풀려진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2015년 11월 “담합행위로 인해 공정한 가격경쟁을 했을 때 형성됐을 경쟁가격보다 높게 형성된 낙찰가격으로 공사계약을 체결해 손해를 입었다”며 100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부당하게 형성된 낙찰가격으로 인한 손해가 실질적으로 발생한 때가 언제인지가 쟁점이 됐다. 국가재정법상 정부는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더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심은 “건설사들의 투찰가격 협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SK건설이 정부와 1차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불법행위가 종료하고 손해가 발생한다”며 “1차 계약이 2010년 3월 체결됐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5년 11월 소송이 제기됐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총 4번의 계약 중 가장 첫 번째 계약 때를 기준으로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보고,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으므로 정부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차수를 나눠 공사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각 계약 때마다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등이 비로소 구체적으로 확정된다”며 “차수별 계약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다시 열릴 2심에서는 4번의 공사계약에서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3차 계약과 4차 계약에서 발생한 손해가 얼마인지를 따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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