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정부가 생활SOC 복합화사업 289개를 선정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고 한다. 17개 시·도와 172개 시·군·구로부터 신청을 받아 선정한 결과이다. 내년에 3417억원 등 3년간 국고 8504억원이 지원된다. 전국에 복지·문화·생활편의 시설이 늘어나는 바람직한 일이다. 건설업계로서는 ‘건설 SOC는 찬밥 신세’라는 말이 공공연하던 차에 나오는 SOC 얘기라 아무튼 반길 일이다. 하지만 범위도, 예산규모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회기반시설로서의 SOC가 아니어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생활SOC’라는 용어 자체가 아직도 좀 생소하다.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하지, 둘을 붙여놓으니 뭔가 아귀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한다. 생활SOC는 문화·체육·보육·의료 등 국민편익과 관련된 각종 시설로 해석된다. 복합화 사업은 그동안 각 부처별로 별도 공간에 따로 짓던 시설을 2개 이상 한 공간에 모으는 작업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의 관할 사업을 합쳐서 진행하는 것이다. 융·복합의 시대정신에는 맞는 일이긴 하다. 정부는 생활SOC 사업으로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역균형발전, 일자리 확충과 함께 지역 건설업계의 물량난 해소라는 일석사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SOC(Social Overhead Capital)는 글자 그대로 경제활동과 국민생활에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이다. 교육처럼 백년대계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고  좀 더 크고 긴 호흡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선심성이나 즉흥성에 경도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적어도 SOC라는 용어를 쓰려면 그에 걸맞은 시설이 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생활SOC의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 복지·문화시설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도로, 철도, 공원, 재난대비 및 에너지·도시재생시설 등과 같은 SOC를 말한다. 이를테면 ‘필수 SOC’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른 예산도 대폭 느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3년간 8504억원이라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정도 예산이면 웬만한 도로나 교량 한두 개 만드는 정도밖에 안 된다. 서울시가 지난 2010년 착공해 아직도 공사중인 월드컵대교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업비가 3500억원이고, 이 중 공사비용만 2393억원이다. 이 공사는 매년 100억~150억원 정도의 예산만 책정되다 보니 완공은 하세월인데 벌써 노후화가 우려되는 상태이다. 예산은 물론 속도 또한 중요한 것이다.

생활SOC도 좋지만 개념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 예산도 국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소규모 건설사 컨소시엄이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시민펀드 등과 같은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해 늘려야한다.

기왕에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맞게 공평해야 할 것이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 자칫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식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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