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중심 전국 각 기관·현장에서 ‘노노 갈등’ 깊어져
“일자리 줄고 구직자 늘며 갈등 격화”…내년 전망도 ‘암울’

경기 침체로 신규 노동력 진입이 단절되며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일자리 확보를 위한 민주·한국 노총의 ‘밥그릇 싸움’이 전국에서 격화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올해 중순께 건설산업 상생과 공정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협력 약정서까지 작성했으나 줄어드는 일감 앞에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일자리 확보 싸움이 치열해지며 자칫 두 집단 간 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규 노동자는 늘어나는 반면 건설 수주가 감소하는 비대칭 현상 때문에 ‘노노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 수주 부진에 전국에서 노노 갈등 심화

한국노총 전국연합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 노조원 3명은 지난 3일 오전 4시37분께 양산시 동면 사송지구 한 건설회사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 있는 45m 높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타워 크레인 3대에 1명씩 올라간 이들은 민주노총 행패에 대한 대책과 한국노총 조합원들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들을 채용하지 않으면 건설장비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공사 현장에 있던 조합원 60여명 전원이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공사 관계자와 경찰은 이들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도록 설득하고 있으나 일자리를 되찾고 민주노총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때까지 해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고공농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광주에서도 지난 10월15일 한국노총 건설노조원이 광주 북구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한국노총 측은 “민주노총이 현장에서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들만 빼놓고 작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30일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한국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2명이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을 했다. 이들은 크레인 업체 측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만 일감을 주고 자신들에게는 주지 않는다며 8일간 농성을 벌였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에 가입한 전 조합원에게 ‘위약금 500만원을 내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 전국 건설노조 대전·충청 타워크레인 지부는 지난해 노조를 탈퇴하고 한국노총으로 옮긴 조합원 2명을 상대로 ‘조합원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조합을 탈퇴했다’며 각각 위약금 500만원을 내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도 일감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두 노조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촉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전지방법원은 양측 의견을 수렴해 위약금 200만원선에서 화해하라는 권고 결정을 했으나 조합원들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결국 심리를 맡은 대전지법 민사4단독 신귀섭 판사가 원고인 민주노총 패소로 판결해 위약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같은 노조원끼리 ‘주먹다짐’…“내년 고용 전망도 암울”

전북에서는 양대 노총 간 갈등은 없었으나 같은 노조 내에서 일감을 두고 주먹다짐을 했다. 5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한국노총 조합원 간 난투극이 벌어졌다.

전국건설산업노조 전북지부 조합원들이 전북지역연대노조 한국건설지부 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해 이 과정에서 노동자 4명이 얼굴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지난 5월 공사를 시작한 이 아파트의 일감 수주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건설업을 중심으로 노노 갈등이 심화하는 현상의 주원인은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일거리는 점차 줄어드는 데 반해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계속 늘다 보니 두 노총 간 갈등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임용빈 연구원은 “건설업의 경우 2017년 말까지 생산지수가 플러스였으나 2018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며 “올해 6~7월 고용지수가 살짝 반등했으나 이마저도 계속된 하락세에 따른 기저효과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주 부진 때문에 일용직 임시직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제조업·건설업에서 이 현상이 도드라지며 내년에도 전반적인 고용상황은 나아지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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