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역폐지는 새 기회… 덩치 키워 도전해야”

새해를 맞아 원로 건설인들로부터 건설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듣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첫 번째 주자로 기획재정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의 수석고문직을 맡고 있는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김중겸 전 사장은 “기업의 크기는 오너의 생각과 비례한다”며 “건설업 문제를 인식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겸 전 사장은 “건설업계에 입문하자마자 약 15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현장 일선을 오가면서 해외건설사들이 디벨로퍼(Developer)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나아갈 길을 정립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그는 또 “기업의 크기는 오너의 생각의 크기와 비례한다”면서 “종합·전문건설 따질 것 없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대형화를 이뤄야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건설산업 발전 세 가지 방법론=김 전 사장은 우리나라 건설산업 발전의 방법으로 △국가 주도의 해외 시장 진출 기반 마련 △대형종합건설사의 디벨로퍼로서의 역량 강화 △전문건설사의 시공 영역 확대 및 대형화 등을 제시했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현장 기술과 운영 방법 등을 무상 원조해 사업 수주의 플랫폼(Platform)을 만들어 준 뒤, 민간 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진출해 기자재 수출, 노동력 수출 등 유상 원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시장이 시공부터 판매·운영까지 요구하는데 ‘우리는 안전한 시공만 하겠다’고 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분양 후 사업을 털어내는 과거 디벨로퍼 역할을 넘어 민간투자사업을 포함한 운영 사업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는 보통 10여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데, 잘될 때 수익을 올리고 불황이 지나길 기다리는 행태는 그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종합건설사가 앞으로 사업 기획과 운영에 중점을 둔다면, 전문건설사는 종합건설사가 원도급하는 시공 부분을 인수인계 받아야 한다”며 “그런데 종합건설사들이 아직 시공에만 집중하고 있어 건설산업이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대기업이 자리를 내주지 않으니, 전문건설이 대형 공사를 직접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전문건설은 시공 영역을 확대하고, 대형화를 도모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부발 혁신방안, 전문건설업계 성장기회로 삼아야=김 전 사장은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간 업역 규제를 폐지하고, 상호 시장 진출을 허용하도록 한 정부 방침이 전문건설업계의 성장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전 동반해외진출 등 협력사 육성을 위해 조사를 진행해보니, 협력사에는 해외 현장을 진두지휘할 인력 자체가 없었다”면서 “인력·연구개발 등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울러 “전문건설사들이 소형업체로 남아있게 된다면 ‘먹고살기 바쁜 현실’이  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며 “이번 기회를 살려 ‘대형화’를 이룰 수 있다면 업역 개편을 발판삼아 한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전문건설사의 대형화를 추구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선 “지금까지 영위했던 공종만 하려다보면 결국 수요의 한계가 올 것이다. 끊임없는 혁신이 있어야 성장이 가능하다. 정부가 판을 깔아줬을 때 빨리 진입하는 업체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러지 않은 기업은 도태될 것이 자명하다”고 확신했다.

또한 “세부 공종별 수주 시 판관비가 높아 수주가 어렵고, 수익성이 너무 떨어진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종으로의 진출과 연구개발을 시도하고, 인수합병 등을 통해 사업체 덩치를 키워야 한다. 업역 개편이 그 시발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마지막으로 김 전 사장은 건설업계 원로로서 현업 건설인과 건설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재 건설 산업의 문제를 인식하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면서 “미래는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이제는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힘”이라고 당부했다.

먼저 “과거 우리가 중동에 진출했을 때 감독 업무는 모두 유럽인의 차지였다. 그때 타지에서 고생한다는 이미지가 건설업에 씌워졌다”며 “우리 건설사도 해외 현장 관리·감독 역할을 확대하면 젊은 친구들도 인식을 달리할 것”이라면서 영역 확대를 한 번 더 주문했다.

전문건설사 등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에게는 “기업의 크기는 오너의 생각의 크기와 비례한다”며 “오너라면 단순 업무전달·이행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인재가 전부다. 또한 경영과 위험요소 관리를 나누어서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 전 사장은 건설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도 더했다. 그는 “주택문제는 정부 정책과 사회 심리 등 모든 사항을 포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선 “일부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예시로 부동산 시장 전체를 매도하는 목소리가 너무 많다”며 “건설업 개발비중은 공공 3 대 민간 7의 비율 유지해왔는데, 그동안 민간개발만 너무 많이 올라갔다. 이제야 정상화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사 일감 양극화에 대해서도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많은 건설사들이 부도가 났다. 때문에 단순 업체명이나 신용을 보고 대형건설사를 선택하는 현상이 있다”며 “보증 제도까지 완벽하게 구축된 현 시대와는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편향적인 시각을 경계했다.

김중겸 전 사장 주요 경력

전) 한국전력공사 대표이사 사장
전) 한국주택협회 회장
전)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전) 현대건설 사장
현) 기획재정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수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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