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 건설업계를 취재하기 시작한 후 해외건설 수주가 성공했냐 여부를 판가름 짓는 기준은 ‘300억 달러’였다. 한 해 동안 700억 달러를 벌어들이던 시기와 비교조차 안됐지만 수주가 300억 달러를 넘으면 선방, 300억 달러를 못 넘으면 별로라는 인식이 많았다.

그런데 3년 만에 그 기준이 200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최종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9년 한국 건설사의 국외 건설 수주액이 200억 달러에 간신히 턱걸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6년 165억 달러를 수주한 이후 13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수주 지표만 나빠진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11일 기준, 한국 건설업이 진출한 국가는 재작년 106개에서 99개로 줄어들었고, 진출 업체도 386개에서 370개로 감소했다. 최초로 외국에 진출한 업체도 재작년에는 50개였으나 지난해는 36개에 머물렀다.

해외건설 이슈를 취재하면서 맞닥뜨린 현실은 우울했다. 국내 업체들이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한탄이 많았다. 세계적인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2017년 중동 지역에서 112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났다. 대신 중국이 매출액 164억 달러로 1위에 올라섰다.

중동 지역의 수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중앙·동남아시아 등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기마저 중국 업체의 도전이 거세다. 또 민관협력형(PPP) 사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해 미국 등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해외건설에 대해 우리 업체들이 가진 일종의 패배감이었다. 중국 업체와 두바이에서 큰 규모의 수주전을 벌이고 패한 A건설업체는 “예상했던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개인적인 기억을 돌려봐도 6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대형 B건설 업체에 근무하며 해외 현장에 나갔던 대학 동기는 사업이 취소돼 급하게 귀국했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나갈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당시는 한국 건설사들이 플랜트 및 해외사업에서 부실실적을 내면서 한 해 동안만 1조원 가까운 손실을 안던 때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건설 산업을 경시한 정부의 무관심, 최근 국내 주택경기 호황에 취한 건설사들의 개척정신 실종, 단순 도급사업 위주의 경쟁력 저하 등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도 뒤늦게 지원에 나섰지만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공항, 신도시 개발 등 정부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란 반응이 많다. 정부와 건설업계를 넘어 투자금융 등 관련 업계까지 머리를 맞대고 달려들지 않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모두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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