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서도 대금 미지급 왜 급증하나?

그동안 안전하다고 평가돼 왔던 공공공사에서도 대금을 악의적으로 주지 않거나 늑장 지급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지만 하도급사들은 이렇다 할 대응방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공발주기관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발을 빼고 있고, 소송을 진행해 대금을 받아내자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비돼 하도급사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불법인 것 알고도 고의적 대금미지급 증가=피해업체와 전문가들은 원도급사의 하도급대금 미지급행위를 두고 불법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벌이는 행위로 분석하고 있다. 당장 하도급대금을 미지급해도 하도급사가 쉽게 소송 등 대응에 나서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피해경험이 있는 전문건설업체 ㄱ사 관계자는 “소송을 당장 진행해 대금을 받아내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어 고민이 깊다”며 “이런 사정을 원도급사에서 모를 리 없어 더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전문업체인 ㄴ사 관계자는 “우리 대금지급을 미루고 본인들이 급한 곳에 돈을 가져다 써 자금난을 해소한다는 말도 들린다”며 “협력사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로 엉망이다”라고 꼬집었다.

◇공공발주자 적극적인 대응 필요=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금미지급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건설현장에서 공공발주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공사비 기준 25~30%에 달하는 만큼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다면 상당부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민간과 달리 공공공사에서는 발주자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며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을’의 피해를 모른 체 한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빠른 대응이 피해를 줄인다=법조계 전문가들은 압류·가압류와 소송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대응방안은 없다고 조언했다.

한 법률 전문가는 “민간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에서도 대금미지급 갑질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악의적으로 일한 대가를 안주는 케이스인 만큼 압류나 소송을 미룰수록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원도급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어 승소해도 실익이 있겠냐는 문의를 많이 받는데 기업이 파산까지 이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니 그 전에 승소판정을 받고 일부라도 회수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민간공사 상황이 더 심각=공공의 경우 발주자가 어느 정도 원·하도급 관리를 하기 때문에 원도급사가 눈치라도 보지만 민간은 상황이 다르다. 공공과 달리 발주자가 법적 책임 밖에 있는 하도급사를 보호해 줄 이유가 없다.

이에 발주기관과 원도급사가 동일한 그룹소속이라 서로 책임 소재를 미루며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하도급계약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하도급대금 지급방법과 관련한 사항을 고의로 누락시켜 대금을 제때 주지 않는 등의 대금 관련 갑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업체들은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정을 강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낮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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