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가정 공간에 들어온 공적 공간… 재택근무의 신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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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가정 공간에 들어온 공적 공간… 재택근무의 신풍경
  • 원용진 교수
  • 승인 2020.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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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함에 이르자 ‘이동을 자제’하는 일이 상책이 됐다. 이동 자제 탓에 가정이 사회의 중심 공간이 됐다. 학교, 직장, 공공장소, 상업적 공간 모두 위험공간이 됐고 가정은 위험을 수비하는 청정공간 대접을 받았다. 덕분에 각종 공간에서 행하던 일을 가정이 떠맡아야 했다. 집에서는 재택근무를, 공부방에서는 원격 강의를 준비하고 챙겨 들어야 했다. 안방과 거실에서 구매 물건을 주문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심지어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며 휴점시간이 없는 식당 노릇까지 했다.

바이러스 사태는 직장, 학교, 가게가 집 안으로 성큼 들어가게 했다. 가정은 어려운 가운데 그 역할을 담담히 훌륭하게 감당해냈다.

가정 안으로 공적 공간들이 유입됐다고 해서 그 바깥이 일상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일들이 가정 안으로 수렴됐지만 가정은 어김없이 바깥에 줄을 대고 있었다. 넷플릭스가 인기를 끌었고, 텔레비전 뉴스 시청률이 올랐다 한다. 손 안의 스마트폰은 연신 동네 방역정보로 시끄러웠다. 집안 내 인터넷은 위험의 추이를 추적하는데 적극 활용됐다. 모든 공적인 것들이 가정 안으로 모여듦과 동시에 가정은 바깥의 네트워크에 (랜선으로) 줄을 대고 있었다. 그로써 가정은 공적인 것을 끌어안은 사적 공간 모습을 하면서도 바깥과의 연결로 자신을 지켜나가는 꼴을 했다. 이른바 안/밖, 공/사 합성공간의 모습을 하게 됐다.

이젠 와이파이는 가정의 기본이다. 가정마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장착된 컴퓨터도 가능한 한 갖추려 한다. 촬영과 편집도 가능한 스마트폰은 가족 개개인 손 안에 다 들어와 있다. 가정이 웬만한 미디어센터 못지않다. 화상회의를 하거나 온라인 강좌를 들을 만한 공간을 집안에 꾸렸거나 계획하기도 한다. 인터넷 강의를 듣는 수험생을 두었거나 게임을 열심히 하는 가족을 둔 경우는 이미 완료된 과거지사다. 그렇게 가정은 과거 공적인 것과는 가능한 담을 쌓고 안온한 사적 자유를 누리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가정 공간의 역할 강화와 학교, 직장, 가게의 구속력의 지속적 제한성 하락은 의외의 장소가 증거하고 있다. 약속을 하고 만남을 행하던 카페의 풍경이 싹 바뀐 것이 그 증거다. 카페에는 공부하는 학생, 진지한 표정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직장인으로 넘친다. 진지한 사업자간 미팅도 그곳에서 벌어진다. 카페 공간 배치도 그 변화에 맞추고 있다. 담소를 나눌 자리 배치가 아닌 공부와 근무를 배려한 자리 배치를 더 강조한다. 카페를 공간의 역할 변화의 예로 설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카페가 공적 공간과 가정 공간 간 문턱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직장, 가게의 역할을 가정이 다 떠맡기 전 단계인 과도기를 카페가 떠맡았다는 말이다. 가정이 완전히 낯을 바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카페의 완충 역할은 연장될 것이다. 하지만 공적 공간의 위력이 약화되는 것은 틀림없고, 가정 혹은 그를 완충하는 공간은 더욱 강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가정 안으로 공적인 역할이 들어가겠지만 모든 가정이 그를 다 감당할 순 없다.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방에서 남의 집 와이파이에 접속하러 이곳저곳에 전화기를 대는 장면이 등장한다. 가정이 안/밖, 공/사 합성 공간이 됐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선 비용이 뒤따른다. 무료로 카페와 같은 새로운 완충 공간을 이용할 순 없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간 형성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해야 할 고민이 는 셈이다.

가정 공간의 성격 변화나 완충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거기에 공공성을 덧  입히는 일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편하게 공부하고 재택근무하며 사회적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 형성은 이제 생활의 조건이 돼 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얻은 많은 교훈 중에서도 앞줄에 세워 챙겨야 할 사회적 과제다. 도서관이 책을 빌려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엎드려 편하게 숙제도 하고 재택근무도 할 수 있게 바꿔내는 일. 동네 한 복판에 온갖 미디어로 연결된 공부방 겸 재택근무 공간으로만 활용될 전혀 새로운 가정형 커뮤니티 서비스를 세우는 일. 관료뿐만 아니라 공간 형성에 주요 몫을 차지하는 건설계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새로운 사안이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원용진 교수] yongji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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