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업체, 엉터리 선급금계획서로
선급금 받아 일부만 지급해도
발주처는 한 번도 확인 안해

공공공사를 수주한 원도급사가 엉터리 선급금 사용계획서를 제출해 발주처를 속이고 부당하게 선급금을 수취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단 한번의 조사나 제재도 받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이 종합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 공사를 받은 한 전문건설업체가 지난해 “원도급사가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부당 선급금 지급 등 불법 행위를 발주처 몰래 저질렀다”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는 당초 입찰금액을 139억4800만원으로 기재했으나 실제 하도급대금은 132억4400만원으로 결정됐다. 법원은 피고의 행위를 부당하도급대금 결정으로 판단했다.

선급금도 피고는 원고에게 17억5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선급금사용계획서를 발주처인 부산국토관리청에 제출해 총 44억7277만원을 지급받았지만 8억3000만원만 지급해 하도급법 6조1항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됐다.

하도급법 6조1항은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으면 그 내용과 비율에 따라 선급금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피고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지난 2015년 정산합의를 마쳤다는 등의 이유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결국 피고는 모든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트리니티의 심건섭 공정거래전문 변호사는 “피고가 발주처를 속이고 불공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당시 어떤 사정기관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해 사건이 장기화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에서는 “원도급사가 제출하는 사용계획서와 실제 사용금액 등을 발주처가 꼼꼼히 보지 않는 경향이 있고, 선금배분 확인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벌칙규정이 없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 36조4항은 계약자가 수급인에게

선금을 지급한 경우 증빙서류를 제출받아 선금배분 및 수령내역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별도의 벌칙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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