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해액의 입증입니다. 때문에 법원 소송절차에서는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을 위해 감정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고 있습니다.

설계도면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에는 감정 절차에서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설계도면의 하자는 공사 지연 등 시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감정절차만으로 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가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손해의 입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시가 있어 소개합니다.

1. 사례 – 설계도면의 하자로 인한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병원을 운영하는 A는 병원을 증축하기로 하고, B건축사와 건물의 리노베이션과 증축에 관한 설계 및 감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B가 병원의 설계를 마쳤는데, B가 작성한 소방설계도면에는 2016년부터 시행되는 소방시설법에 따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가 있었습니다. 또한 B가 작성한 설계도면에는 장애인용 승강기 부분을 건축면적과 바닥면적에 산입함으로써 넓은 면적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고, 이 사건 건물의 실측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하자였습니다.

위 하자로 인해 A는 다른 건축사에게 설계비 1500만원을 지급하고 새로 설계도면을 작성해 건축허가에 대한 변경허가를 받았고, 추가 소방자문비용으로 55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A는 이 손해를 B가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2. 법원 판단 – 구체적인 손해액을 알 수 없다면 간접사실을 종합해 판단

위 사례에서 원심 법원은 원고 A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했습니다. 설계하자로 인한 손해액에 관한 주장과 증명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런 판결에 잘못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설계도면의 하자를 보수하는 비용으로 1500만원을, 피고들이 작성한 설계도면 중 소방설계도면의 하자를 보수하는 비용으로 55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으로서는 손해액에 관해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해 이를 밝히거나, 제출된 증거와 당사자의 주장, 원고와 피고들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여러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해 손해액을 인정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써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의 규정을 들었습니다. 이 규정은 '손해배상 액수의 산정'이라는 제목으로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해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특별법에 따른 손해배상에도 적용되는 일반적 성격의 규정이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20. 3.26 선고 2018다301336 판결).

3. 시사점

설계에 하자가 있는 경우 설계변경, 공기 연장 또는 허가 지연을 초래해 시공환경에 연속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손해는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닌 탓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충분한 배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변론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의해 손해 액수를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설계하자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발생했으나 이로 인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손해의 발생 경위와 정황 등을 제시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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