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으로부터 추후 다른 공사를 도급받기로 하는 대신에 기존에 발생한 추가 공사대금을 포기하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약정은 대부분 구두로 이뤄집니다. 문제는 도급인이 이러한 약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수급인은 구두 약정의 효력을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는 B로부터 아파트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 받았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노무비가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공사대금 조정사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A는 B에게 공사대금을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B는 공사대금을 증액하는 대신 앞으로 다른 공사를 도급줘 A의 손해를 보전해 주겠다며 공사대금 정산합의를 체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A는 이런 제안에 따라 B와 공사대금 정산합의를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B가 A에게 공사를 도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A는 공사대금 정산합의가 무효라 주장하면서 이전 공사에서 받지 못한 추가 노무비를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 공사대금 정산합의에 따른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정산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로서 무효라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B가 A에게 다른 공사를 도급줘 손해를 보전해 주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A의 착오 또는 기망을 이유(민법 제109조 또는 제110조)로 한 정산합의 취소도 인정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법원은 A와 B의 공사대금 정산합의는 하도급법에서 금지하는 부당 특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A는 B가 공사대금을 증액하는 대신 앞으로 다른 공사를 도급줘 A의 손해를 보전해 주겠다며 공사대금 정산합의를 체결하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할 뿐, 공사대금 정산합의가 체결된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공사대금 정산합의를 하면서 구두로 별개의 약정을 하는 경우,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두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추후 공사를 통해 손해를 보전해 주겠다는 등의 약정은 문서로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정상 구체적인 약정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두지 못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수급인으로써 불리한 정산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해 기록을 잘 남겨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법무법인 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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