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코로나 발 위기 탈출’을 위한 경험·기억 재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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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코로나 발 위기 탈출’을 위한 경험·기억 재소환   
  • 이복남 교수
  • 승인 2020.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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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와 사회·문화, 일자리와 생계 문제가 전 세계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1929년 세계 대공황보다 더 큰 경제공황을 야기할 것이라 주장한다. 필자는 1, 2차 석유파동,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인한 영향을 직접 체험했다. 체험했던 4가지 위기 중 3가지는 세계가 함께했고 한 가지는 우리나라만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위기는 기회를 몰고 온다. 위기 극복의 중심에 건설의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석유파동과 금융위기 극복은 대규모 해외시장 수주가 국민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 극복은 민간 주택·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동산 유동화(MBS, ABS) 제도를 도입해 민간 시장을 활성화시켜 자금 시장의 숨통을 텄다. 국제경제 위기 탈출을 주도한 해외건설 수주액은 위기 발생 3년 후부터 급증했다. 외환위기 탈출은 부동산 유동화 제도를 도입하는 데 시간이 소요돼 약 5년이 걸렸다. 우리 경제는 위기에 주저앉지 않고 세계가 놀랄 만한 속도로 다시 일어섰다. 위기 탈출 경험은 우리에게 1년의 단기 대책과 3년 이상의 중장기 전략을 동시에 가동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글로벌 위기가 닥치자 산업체는 조직 및 인력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재무 및 조직관리 부서에 힘을 실었다.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를 우선 감원했다. 시장 개방에 대비해 강화했던 연구 및 CM 부서 조직과 인력을 대폭 줄였다. 정규직은 나이 순으로 감원했다. 살아남은 직장인의 일자리도 불안해졌다. 이때 유행했던 신조어가 ‘평생직장은 없다’였다. 산업체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비용을 줄였고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 조직은 없앴다. 후유증이 컸다. 학습경험이 축적돼 재활용되지 못해 위기 때마다 우왕좌왕이 반복됐다. 한국이 자랑했던 임직원의 조직 충성도가 사라졌다. 산업체의 글로벌 역량은 학습경험에 의해 나아지기보다 정체 혹은 후퇴했다. 여기서 후퇴는 우리 산업체 역량이 정체되는 순간에도 선진국과 신흥국의 글로벌 역량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임직원의 도전 의식과 사기를 살려야 한다. 임직원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역할 중심에 있다. 임직원이 기업을 살리는 중심이라는 필자의 주장을 미국의 실제 사례를 통해 기억을 재소환해 본다.

필자가 외환위기 당시 극도로 침체된 기업과 임직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찾아낸 책이 ‘궁호(gung ho)’였다. 궁호는 중국식 구호다. 궁호는 폐쇄라는 시한부에 놓인 공장을 신임 공장장과 임직원, 즉 사람을 통해 1년 만에 미국 내 최우수 사업현장으로 탈바꿈시킨 실제 얘기다. 신임 공장장은 공장이 폐쇄되면 해직되기로 사장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공장장은 3단계 전략을 구사했다. 다람쥐와 비버, 기러기 등 동물의 습성과 연계시켜 1500명의 임직원의 도전의식과 사기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최우수사업장 수상을 받았고, 3단계 전략은 2000년 최우수 산업교육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첫 단계는 임직원 모두가 공장이 가야 할 목표를 공유하고 공감시키는 전략이다. 마치 다람쥐가 먹이를 저장하는 이유가 비수확기에 살아남기 위한 분명한 목표를 공유하는 것과 같다. 두 번째 단계는 역할 분담이다. 각자의 역할은 중첩되지 않아야 하고 명확하면서 도전적이어야 한다. 물속에서 나뭇가지로 집을 짓는 비버는 각자가 날라 온 가지를 쌓는 데 절대 재시공하지 않는다.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또 명확하면서도 도전적인 동물 비버의 습성을 인용했다. 세 번째 단계는 배려다. 동료에게 일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역할 분담과 함께 동료의 업무가 집중되는 조짐이 보이면 나누고 협력하는 배려다. 기러기가 날아갈 때 ‘∧’ 모양에서 선두 기러기가 지치기 전에 자리를 교체해주는 습성을 인용한 전략이다.

코로나 발 팬데믹은 반드시 끝이 있다. 끝을 기다리기보다 산업체는 초단기 대책과 중장기 전략을 동시에 수립해야 한다. 건설기업은 통상적으로 1~3년은 버틸 수 있는 수주잔고가 있다. 초단기 대책은 이 기간 동안 낭비성 비용은 줄이되 임직원의 사기 향상에는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분위기 전환에 집중하되 동시에 임직원의 도전의지와 직무 역량 강화에 두라는 제안이다. 단기 대책과 중장기 전략을 패스트트랙으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을 흥하게 하는 역할을 임직원이 하지만 망하게 하는 것도 임직원, 즉 사람이다. 임직원이 조직보다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 몰입할수록 기업과 임직원의 수명은 짧아진다. 조직과 인력의 축소 지향은 시장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청년층에게 더 큰 절망감을 준다. 10년이라도 먼저 시장에 진입한 건설인 모두가 청년과 후배들에게 희망의 신호탄을 올리는 데 선두에 설 역할과 책임에 공감하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이복남 교수] bnlee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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