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칼럼] 정교함이 필요한 ‘전·월세 신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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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칼럼] 정교함이 필요한 ‘전·월세 신고제’
  • 손동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20.06.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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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 게 왔다. ‘전·월세 신고제’ 추진과 관련해 정부가 공식 발표를 했다. 정부는 현재 신고 의무가 없는 주택 전·월세 거래에 대한 신고제를 내년 12월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임대차 신고제란 정식 임대사업자 외에 일반 임대인의 전·월세 거래도 주택 매매처럼 일정 기간 내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전·월세 신고제는 그동안 매매 시장에만 집중됐던 정부 규제가 주택 임대차 시장으로 확대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동안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의 임대인 또는 재산내역 공개를 피하려는 임차인 등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거래내역이 파악되지 않았던 주택임대차 거래 정보가 정부 전산망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현재 연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고,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분리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임대소득을 줄이거나 누락시키는 일이 상당했다. 하지만 신고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어떤 식으로든 커지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부 영향권 밖이었던 고액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고액 전세 거주자의 자금추적도 가능해진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전·월세 신고제가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 등 더 센 규제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청구권과 상한제를 도입하려면 신고제를 통해 적정 임대료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실거래 가격 데이터부터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세입자가 재계약할 때 집주인이 기존 전세금을 5% 초과해 인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4년 전세’를 보장하는 셈이다.

정부의 입장은 간단하다. 거래 투명성 확보와 임차인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월세 신고제만 도입돼도 임차인들은 자동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돼 별도 장치 없이도 보증금을 보호받는 등 여러 혜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까지 도입되면 장기적으로는 거주 안정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당장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커질 경우 결국 전·월세에 전가돼 오히려 임차인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도 전세금은 큰 폭 상승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라면 제도 도입 자체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부작용까지 예측해서 정교하게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당장 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임대인들이 주택 개·보수를 소홀히 해 주거의 질이 저하된다는 주장과 함께 신규 임대공급 자체가 줄어들어 임차인으로서는 주택 자체를 구하기 힘들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을 위한 인센티브까지 설계해 수요에 맞는 주택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과거 경험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손동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a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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