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정부의 시장 개입, 늘릴 곳과 줄일 곳
상태바
[논단] 정부의 시장 개입, 늘릴 곳과 줄일 곳
  • 주원 경제연구실장
  • 승인 2020.10.12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은 경제를 지탱하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시스템이다.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도모한다.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언제나 효율적인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며 결국은 사회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된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여기서 ‘시장은 언제나 효율적이다’라는 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종종 비이성적이고 과민하게 반응하는 시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은 언제나 효율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종종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곤 한다. 보다 큰 대의와 보다 높은 선(善)이라는 가치를 위해 정부는 시장에 개입한다. 여기서 분배나 복지 측면에서 시장 개입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편이나, 그 선을 넘어서는 범주에서의 시장 개입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정부의 시장 개입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뉴딜 정책이다. 우선 시장을 선도하는 힘이 수요인지 공급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직관적으로는 수요가 있어야 무엇인가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 동기가 발생한다. 아무도 사주지 않는 것을 만드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말이 정설이다. 그러나, 수요는 현재 시장에서의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수요도 있다. 이 미래 수요는 수요자들이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 자기들도 나중에 그것이 필요한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이 리스크가 높은 미래 수요를 대비해 투자할 수가 없다.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뉴딜 정책은 바로 미래의 수요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장기적 경제 성장을 말할 때는 공급이 중요하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둘째, 단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한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수요는 건설투자밖에 없다.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수요는 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그리고 수출이다. 소비는 지난봄 재난지원금으로 살아는 듯이 보였다가 다시 침체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의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소비심리마저 가라앉고 있다. 설비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설비투자는 지난 3~4월에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ICT 부문의 일시적 생산시설 확충이 주된 원인이다. 이후에는 대규모 투자는 전무한 상황이다. 수출은 9월에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경기를 부양할 유일한 수요처는 건설투자뿐이다. 특히 건설투자 내에서 공공 수요인 SOC를 늘리는 것이 경기부양의 핵심이다. 그러나, 2020년 원래 예산에서의 SOC 투자 규모는 23조2000억원이었으나, 4차 추경으로 최종 확정된 예산 규모는 22조9000억원으로 3000억원이 축소됐다.

셋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정부가 개입해 조절할 수 있을까 하는 이슈이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 수요를 투기 수요와 실수요로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식별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실수요자인지 투기꾼인지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처음에는 실수요자였다 하더라도 나중에 투기꾼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기에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 특히 대출 규제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실수요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풀기에는 우리 부동산 시장은 너무 복잡하다.

뉴딜이나 건설투자와 같이 큰 틀에서의 성장잠재력 확충이나 경기 부양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극히 사적 영역이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입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사회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정책을 만들기 전에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과 사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정책을 펼침에 있어 시장의 물줄기를 막거나 거스르기보다 물줄기의 흐름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정부의 시장 개입일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경제연구실장] koscaj@kosca.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