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건설만큼 사람이 중요한 분야도 없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도와 장비가 있어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으면 그 어떤 형체도 이루어낼 수 없다. 그런 건설현장에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숙련공 혹은 성실 근로자의 부족이다. 현장의 건설근로자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고 고용불안과 삐뚤어진 사회적 인식 등으로 선호하는 직업은 아닌 게 현실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제대로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장기적인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서도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마침 정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주재로 ‘필수 노동자 TF’ 출범 회의를 개최했다. 필수 노동자는 국민 생명과 안전,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최일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건설을 비롯해 보건·의료·돌봄 및 배달업 종사자, 환경미화원, 운송·통신·물류·제조 관련 노동자 등이 그들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코로나 감염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있는 필수 노동자들에 대해 정부 각 부처가 특히 신경 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겠지만 건설 관련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건설현장 근로자에 대한 용어 통일과 사회적 인식 제고이다. 지금까지는 출처도, 뜻도 불분명한 ‘노가다’를 비롯해 인부, 노동자, 일용직, 잡부 등 상대적으로 비하하는 듯한 용어가 대부분이다. 이참에 이 모두를 통틀어 ‘건설인’이라는 용어로 통일해서 부르자는 제안을 해 본다. 그 속에는 구체적으로 비계공, 형틀목공, 철근공, 미장공, 타일공 등 모든 분야의 현장 전문건설인들이 다 포함되는 것이다.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 자신 있게 ‘건설인’이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인들도 안정되고 떳떳한 직업인으로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이들이 숙련공, 명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줘야 한다.

다음으로 채용팀장, 현장소장, 소팀장 등의 무등록 시공팀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옴으로써 다단계 하도급의 부조리나 고용관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독일은 건설업체가 십·반장 등 시공팀 외에도 중장비 운전자까지 직접 고용한다. 영국은 지역단위로 경력근로자가 영업하는 프리랜서 회사를 설립해 시공에 참여한다. 일본은 소형 건설업체 등록을 통해 관리함으로써 1인 건설사업자 등록이 9만건 내외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십·반장 등 무등록 시공팀을 등록촉진(현장소장형), 고용장려(소팀장형), 퇴출유도(채용팀장형) 등의 합법적인 방법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편 건설산업에 4차산업혁명 신기술이 접목되면서 건설현장의 여성건설인 취업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건설인들의 숙련도와 성실도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아울러 개인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높여줄 공동의 프로그램을 정부·업계 차원서 마련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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