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재무·기술·안전 외에 노동·인권 등도 평가에 포함
건설산업 개편과 맞물려 협력사 주력공종 파악 중시

‘종합건설사의 경쟁력은 협력업체로부터 나온다’는 기치 아래 이뤄져 온 대기업들의 상생 정책이 변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전문건설사들에 대한 역량 평가에서 경제성 외에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바뀐 건설제도에 맞춰 협력사 관리방식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협력업체 평가에 경제적 측면과 안전, 환경, 윤리 평가뿐만 아니라 노동, 인권 등 사회적 책임까지 측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 직접시공이나 업종개편 등 제도 변화에 대응한 협력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4년 건설업계 최초로 ‘협력사 지속가능경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평가지표에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를 항목으로 담아 평가해왔다. 이와 함께 올 6월부터는 자재·시공 협력사를 분리해 업체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측면에 노동, 인권, 인재개발, 산업안전 등을 평가항목에 포함했다.

삼성물산은 신규 협력회사 모집 시 기술·재무·경영 역량평가 외에 노동·인권 분야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점 관리 협력사 총 1412곳(건설·패션 포함)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이같은 항목을 반영했다. 노동·인권 평가는 주로 근로계약서, 근로시간 및 수당지급, 채용·교육상 차별, 외국인근로자 문제 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역시 경제, 환경, 사회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협력사에 대한 평가와 감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ESG가 경영의 중요 요소로 떠오른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들 세 기업은 올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 통합 A등급을 받아 건설사 중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A 이상 등급은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다.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9일 국민연금이 ESG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체 기금자산의 절반가량을 ESG 요소를 반영해 투자하겠다는 방침으로, 이 규모가 2024년 5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최근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설제도도 종합건설사의 협력업체 관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A종합건설사 관계자는 “협력사 등록 규모는 공사수주량에 따라 증감이 있지만, 직접시공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에 따라 토목분야의 협력사 규모가 먼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B사 관계자는 “전문업종 분류가 단순해지면 개별 전문건설사에 대한 실제 시공역량 평가가 더 중요해질 것 같다”며 “회사 자체적으로 협력사별 주력 공종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해둬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업계 관계자는 “협력사 관리 방식이 바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신용등급 등 재무 이슈가 협력사 신규 등록과 퇴출의 주요 원인”이라며 “협력사의 ESG 역량을 높이려면 하도급 입찰에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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