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4주년 특집 - [전문가 인터뷰] 김재준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위원장

정부는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전건협은 김재준 건설정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정부에 전문업계에 대한 지원을 건의하고, 업계에는 정부의 취지를 정확히 알리는 과정을 거쳤다. 김 위원장을 만나 건설업에 대한 혁신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재준 건설정책위원장의 첫마디는 ‘컨버전스’였다. 컨버전스는 주로 IT 분야에서 쓰이는 말로, 하나의 기능을 가진 기기나 단말기가 또 다른 기능을 더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IT 분야 외에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서로 다른 사업이나 서비스가 하나로 융합되는 경우에도 쓰인다.

김재준 위원장은 건설혁신방안을 단순한 업역·업종 통합의 작업으로만 볼 게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업역·업종을 더하고 빼는 문제를 넘어 ‘새로운 건설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의 시발점으로 인식해야 하고, 그래야만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휴대폰과 연필을 예로 들었다. 그는 “예전엔 ‘휴대폰’이라면 전화 기능이 떠올랐지만 요즘엔 카메라와 컴퓨터, 여러 앱들까지 떠오른다”며 “건설기업도 이같은 컨버전스를 일으킬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혁신방안의 핵심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연필에 지우개를 붙여 새로운 상품이 탄생했지만 각각의 상품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새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준 위원장은 새로운 건설시장 창출에는 전문건설이 주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종합건설사만 건설사업의 주인공인 현실을 극복할 기회라는 설명이다.

그는 “전문업체들이 종합공사 참여를 위해 기존의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업체 간 컨소시엄이 활발해지고, 이는 기업의 진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의 진화가 새로운 건설시장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공사 참여의 전제조건인 전문기술의 중요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대업종화가 일어나면 전문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항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건설업계 내외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평생 을로 살아오며 한이 쌓여 있는 분들, 성장 역량을 갖춘 기업들은 이번 제도 개편에 찬성 의견을 내기도 한다”며 분명 변화를 기대하는 업체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종합건설업과의 경쟁에서 전문건설이 불리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전문건설사의 기술력은 한두 사람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회사의 영혼이 담긴 것”이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획관리 역량을 보완하면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인에 따라 좌우되는 기획관리 역량보다 회사의 영혼이 담긴 기술력이 보완하기 더 어려운 분야라고 힘줘 말했다. 제품을 파는 일과 만드는 일 중 후자의 진입장벽이 더 높지 않냐는 것이다.

이어 새 제도 정착이 건설사업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발주자들은 업무 효율성이나 책임면제를 위해 면허 하나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종합공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이 하도급 체제를 공고히 한 원인 중 하나로 본다”며 “발주자도 기획관리 역량을 키워 기술 중심의 합리적인 공사발주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직접시공이 절대 선은 아니라며 ‘생산적 경영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고용만 강요하는 것은 노동문제 해소를 기업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기업이익에 관련성이 높은 시공능력에 집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손해 보는 장사가 어딨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업이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이나 미래의 꿈을 잃는 것도 손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재준 위원장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에 두려움과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건협을 비롯한 업계 내 여러 종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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