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수인한도(受忍限度)’란 말 그대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뜻하며, 법률적으로는 가해행위가 위법행위가 되려면 가해자 측 사정과 피해자 측 사정을 상호 형량하여 그 가해행위가 피해자가 일반적으로 참아야 할 한도와 범위를 넘었을 때 비로소 위법성을 가진다는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유지청구(留止請求)’란 환경상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의 중지·배제 또는 예방을 위해 그 침해를 유발한 상대방에게 일정한 작위(적극적 유지청구) 또는 부작위(소극적 유지청구)를 청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근래에는 수인한도 대신 ‘참을 한도’, 유지청구 대신 ‘방지청구’라는 말이 점차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순우리말로 다른 하나는 보다 이해하기 쉬운 다른 한자어로 바꿔 부르는 것인데, 이렇게 바꿔 부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5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도로소음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문제된 사안에서 1)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를 받고 있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상생활이 실제 주로 이루어지는 장소인 거실에서 도로 등 해당 소음원에 면한 방향의 모든 창호를 개방한 상태로 측정한 소음도가 환경정책기본법상 소음환경기준 등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2) 도로소음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원인으로 소음의 예방 또는 배제를 구하는 방지청구는 금전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와는 내용과 요건을 서로 달리하는 것이어서 같은 사정이라도 청구의 내용에 따라 고려요소의 중요도에 차이가 생길 수 있고, 방지청구는 그것이 허용될 경우 소송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의 이해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방지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법원으로서는 해당 청구가 허용될 경우에 방지청구를 구하는 당사자가 받게 될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 등을 비교·교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1다91784 판결). 참고로 여기서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이라 함은 해당 도로를 통행하는 제3자들의 불편 등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3) 도로가 현대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시설로서 지역 간 교통과 균형개발 및 국가의 산업경제활동에 큰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고, 도시개발사업도 주변의 정비된 도로망 건설을 필수적인 요소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점, 자동차 교통이 교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주거의 과밀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일정한 정도의 도로소음의 발생과 증가는 사회발전에 따른 피치 못할 변화에 속하는 점 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면서, 도로의 공익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4) 특히 고속국도는 자동차 전용의 고속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서 도로소음의 정도가 일반 도로보다 높은 반면, 자동차 교통망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고, 당해 지역경제뿐 아니라 국민경제전반의 기반을 공고히 하며 전체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미 운영 중인 또는 운영이 예정된 고속국도에 근접해 주거를 시작한 경우의 ‘참을 한도’ 초과 여부는 보다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위 1) 내지 4)는 그 이후의 판결들에도 영향을 미친 중요한 판단 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1998년 4월경부터 2003년 12월경까지 시행됐는데, 아파트는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거의 완성될 무렵인 2003년 10월경 착공돼 2005년 12월경에야 준공된 점을 근거로, 주민들이 아파트에 거주할 당시 고속도로로 인해 일정한 정도의 도로소음의 발생과 증가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방음대책 이행의무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위 판결 이후에도 이미 운영 중인 또는 운영이 예정된 고속국도에 근접해 주거를 시작한 경우의 ‘참을 한도’ 초과 여부는 보다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의 입장은 줄곧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점은 관련 분쟁에 대응할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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