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과 전문건설 간 업역규제를 없애기로 했을 때 우려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문이 덩치 큰 종합에 다 잠식당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일단 나오고 있다. 내년 시행에 앞서 실시한 1차 시범사업 결과다. 내년 공공공사부터 시행되는 종합과 전문 간 업역규제 폐지에 앞선 시범사업 입찰 결과 양쪽 모두 크게 손해 보지 않는 쪽으로 나타난 것이다. 

1차 시범사업은 기존 종합업역이 5건, 전문업역이 4건 등 총 9건이었다. 이 중 종합 3건과 전문 2건에 대해 양측 모두 참가자격을 준 결과 수주는 본래 ‘번지수’대로 찾아갔다. 원래 종합 3건은 종합이, 원래 전문 2건은 전문이 가져간 것이다. 나머지는 전문공사 2건을 종합에게만, 종합공사 2건을 전문에게만 각각 기회를 주어 그대로 낙찰됐다. 어느 한쪽으로 쏠림 없이 각자 자기 영역, 주력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 것이다. 내년 공공공사부터 시행되는 업역칸막이 폐지 조치에 일단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시범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총공사비 기준으로 66억1000만원으로 책정된 ‘경부선 신길역 외 2개소 방음벽설치 기타공사’였다. 입찰참가자격은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혹은 토목공사업(또는 토목건축공사업)을 등록한 업체였다. 종합업체가 전문공사에 참여하려면 종합공사 실적을 전문업종으로 구분하고, 구분된 전문업종 실적 중에서도 3분의 2만 인정된다. 수주는 전문건설업체인 진형건설(대표 구자화)이 따냈다. 인천에 적을 둔 이 회사는 시공능력평가액이 올해 기준 금속창호 70억7894만원, 포장업 54억3958만원인 회사다. 시범사업에 예정가격 대비 86.313%인 52억6681만6502원에 투찰해 참여업체 117개사 중 적격심사 1순위에 선정됐다. 2순위는 종합건설업체였다. 

총공사비 11억5485만원의 ‘경부고속선 동대구~신경주 신광고가 방음벽 설치공사’ 역시 종합과 전문이 경쟁한 끝에 경북 구미 소재의 아이본건설이 1순위에 선정됐다. 이 회사는 건축공사업 종합면허와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전문면허를 보유한 겸업업체이다. 이 사업의 적격심사 대상 업종은 추정가격 이상의 금속창호공사업 실적 확보 여부였던 만큼 사실상 전문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회사는 건축공종 시공능력평가액은 26억9500만원인데 비해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시평액은 38억4900만원으로 입찰에 유리했다.

이런 결과들은 전문건설업체가 자체 특화된 주력 분야에서 능력만 갖춘다면 종합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해당 전문 영역에서 오랜 기간 경험과 시공 능력을 확보한 전문업체를, 종합업체라고 해서 함부로 꺾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원·하도급 구조하에서 시달려온 전문업체들의 우려가 씻겨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남은 2차 시범사업은 물론이고 내년 시행과정에서 만에 하나 전문업체들이 불공정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더욱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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