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1월19일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작금의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임대 공급대책이었다. 국토교통부는 대책을 발표하며 효과를 자신했다. “물량 확보를 위해 공공임대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기대했던 전세난 안정도 없었다. 화살을 ‘아파트’가 아닌 다른 곳으로 쐈기 때문이다.

‘11·19 대책’의 핵심은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빌라나 다세대주택을 정부가 사들인 뒤 전세나 반전세 형태로 빌려주는 매입임대 방식이 대부분이다. 현재 공실인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공공 전세’도 도입하기로 했다. 상가·오피스·숙박시설까지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놨다. 단기간 내에 입주할 수 있는 임대물량을 풀어 끓어오른 전세수요를 진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11·19 대책이 실패한 이유로 두 가지 오류를 들 수 있다. 먼저 공급 물량의 주거형태다. 이번 전세난의 대상은 아파트였다. 하지만 대책에서 제시한 11만4000가구 중 아파트는 3만2200가구(서울 3532가구)에 그쳤다. 아파트 전세가 소멸하는 상황에서 다세대·연립(빌라)을 공공임대로 공급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언 발에 오줌누기’는커녕 오줌을 언 발에 맞추지도 못한 꼴이다. 실제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달 공급한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277가구 중 대부분이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전세난 중에도 미달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두 번째 오류는 임대차법 개선방안의 부재다. 이번 전세난의 결정적 방아쇠는 지난 7월 말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2+2년), 전·월세상한제(5%)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었다. 규제가 강화되자 집주인들은 전세 매물을 거둬들였고, 세입자들은 서둘러 계약을 연장했다.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진 것이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내놓은 법안이 오히려 주거불안을 심화시켰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곧 임대차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자승자박’ 주택정책으로 시장을 왜곡시킨 뒤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11만4000가구 공급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15조원에 달한다. 11·19 대책 때 이 예산을 서울 영구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현재 서울에 총 4만7000가구 규모의 영구임대아파트가 있다. 이를 재건축할 경우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추가 공급물량 확보까지 할 수 있다. 일부는 공공분양 방식으로 공급해 재원도 충당할 수도 있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소셜믹스’도 실현할 수 있다. 대대적인 재건축 사업을 통한 ‘새 아파트 공급 신호’는 시장의 불안심리도 진정시킬 수 있다. 한 번에 네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다.

시장에서 재화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는 건 기본적인 경제원리다. 정부가 시장에서 원하는 재화(아파트)를 공급하지 못하고 규제로 수요를 억제시키려 할수록 아파트 가격은 더 치솟을 것이다. 24번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시장이 알려준 교훈이다. 정부는 이 교훈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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