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정부 단속 느슨 틈타 종합업체 갑질 확산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반적으로 건설경기가 어려운데 코로나19까지 재확산되면서 종합건설업체들이 가장 손쉽게 움직일 수 있는 하도급 대금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종합업체들이 △대금 조기 지급을 축소하거나 △대금을 미지급하고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자고 요청하는 경우 등이 늘고 있다. 여기에다가 코로나 확산으로 정부가 매년 대금 체불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실시해 오던 불공정행위 점검 등을 대폭 축소하면서 이같은 갑질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전문업체들 설명이다.

취재내용을 종합해 보면 먼저 대형종합건설사들이 매해 명절 전 협력사의 자금 운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시해 오던 하도대 조기지급이 올해는 줄어드는 분위기다. 매년 10여개에 달하는 대형업체들이 조기지급을 해왔지만 지난해 추석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더 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 상위 10개 건설사들의 협력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하도대 조기지급 여부를 연락받은 곳은 1월초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금을 미지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소재 전문업체인 A사는 중견종합건설사 3곳의 현장을 하도급받아 공사를 진행 중인데 한 곳도 제때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A사 관계자는 “보통 현장 중 한 곳 정도에서는 대금이 제때 안 나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모든 현장에서 대금을 안 주고 끈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나가 자금을 조금 일찍 줄테니 대금을 깎자고 나오는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전문업체인 B사와 C사는 최근 “하도급 대금을 일부 줄이는 조건으로 대금을 설 명절 전 조기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자금사정이 안 좋아 이를 수용했지만 최저가로 현장에 들어온 상황에서 부당하게 대금까지 감액돼 피해가 누적될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대금 조기지급 축소와 대금 미지급 및 부담감액 등이 증가하는 배경으로 느슨해진 정부의 감시망을 꼬집었다. 하도급업체 전문 컨설팅회사인 P사는 “각종 불공정행위 점검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서면으로 전환됐다”며 “이것이 현장에서는 하나의 나쁜 시그널이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하도급법 전문가도 “정부의 무관심에 조기지급에 대한 필요성을 대형건설사 등이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