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창 원장의 ‘계약·원가 관리 실무’ (90)

건설공사는 계약체결과 동시에 공사목적물을 바로 내어주는 매매 계약의 형태와는 그 성격이 명백히 다르다. 대부분의 건설공사는 설계서 및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발주자가 의뢰한 공사목적물을 완성할 것으로 약정하고 이에 따른 대가를 지급 받는 것으로 체결되는 도급 계약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공사계약의 경우에는 당초 설계내용대로 공사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계약내용의 변경이 발생할 여지가 상당하다. 예컨대 10층짜리 건물이 11층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으며, 10동짜리 아파트가 5동으로 축소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이에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설계변경에 대한 내용을 공사계약조건에 일반적으로 삽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방식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건설공사의 일반적인 이해를 토대로 바라보면 공사계약이 감액되거나 증액됐을 때 계약내용을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하도급 계약에서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수급사업자와의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에 고스란히 그 피해는 수급사업자가 보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하도급법에서는 부당한 위탁취소의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하도급법 제8조)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원사업자는 제조 등의 위탁을 한 후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제조 등의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행위, 목적물 등의 납품 등에 대한 수령 또는 인수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동법 제35조는 부당한 위탁취소와 관련된 손해배상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부당한 위탁취소로 인해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원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배상액을 정할 때에는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설계변경 감액에 대해서 수급사업자가 부당한 위탁취소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다음 기고에서 계속 살펴보자. /한국건설융합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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