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건설기술인들도 자신을 둘러보고 제 목소리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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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건설기술인들도 자신을 둘러보고 제 목소리 찾자
  • 이복남 교수
  • 승인 2021.01.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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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건설기술인(civil engineer)은 한국과 달리 존경받는 기술인으로 평가받는다. 건설기술인이 주축이 돼 건설한 국토인프라를 경제의 중추로 인정하는 것도 영국 정부다. 영국에서 건설기술인이 대접을 받고 있는 저변에는 건설기술인이 가진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영국 건설기술인이 주축이 된 건설공학회(ICE, Institution of Civil Engineers, 국내에서는 토목학회로 호칭)는 전 세계에서 가입한 회원 수가 9만2000명을 넘었고 2019년에 설립 200년을 맞았다. ICE가 설립 20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면서 건설기술인들에게 3가지 질문을 던졌다. ①건설공학이란 무엇인가? ②건설기술인은 어떤 일을 하는가? ③누가 건설기술인인가? 등이다.

ICE가 3가지 질문에 자문자답했다. 먼저 건설공학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집과 도로, 병원과 학교, 발전소 등과 같은 생활 인프라를 건설하는 역할을 건설기술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당연시하는 인프라지만 없으면 국민이 살 수 없고 영국이라는 나라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도 명쾌하다. 건설기술인은 우리 주변의 세계를 디자인하고 창조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건설기술인은 마을과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건설기술인은 광범위한 일자리와 모든 유형의 공학기술을 다루는 전문가다. 건설기술인은 각자의 배경은 다르지만 수년간 교육과 학습, 그리고 필요한 자격증 취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전문가로 정리했다.

동일한 질문을 국내 건설기술인에게 던졌을 때 나오는 대답은 자부심이나 자긍심보다 자조적인 대답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2000년에 대한토목학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있다. 자신이 토목기술인이면서도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61%를 넘었었다. 국토인프라 혹은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삽질경제 혹은 토건족을 위한 예산 낭비로 폄하하는 것도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영향 때문이다. 건설기술인이 건설에 대한 이미지를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현재 국민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바꿀 수 없다.

2018년 9월24일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한 연설 중 RM(본명 김남준)의 발언이 대한민국 건설기술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줬다. 건설기술인이 잃어버렸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김군은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보면서부터 자신을 잃기 시작했다고 한다. 외부 시각으로 건설기술을 폄하하지 말라는 뜻이다.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라는 주문을 했다. 방탄소년단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그룹이 된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배경도 내놓았다. 아무리 나를 부정해도 과거에 나였고, 현재도 나이고 미래에도 나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김남준은 외국 유학 경력도 없고 따로 영어를 배운 적 없는 26세 순수토종이다. 세계가 지켜보는 유엔에서 영어로 연설한 것은 자신을 믿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기술인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지금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예측불가한 계기가 필요하다. 2018년 7월에 국회본회를 통과한 건설기술진흥법에 건설기술인 권리헌장의 제정 및 공포를 명시해 놓았다. 2018년 12월13일부터 권리헌장이 법적인 효력이 발효됐다. 건설기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의무와 책임도 묻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건설기술인에게 요구하는 국토인프라의 양적 및 질적 수요를 충족시켜야 할 사명이 건설기술인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주어진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건설기술인 스스로가 자신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시키기 않으면 어렵다. 권리헌장 공포는 건설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건설기술인은 외부의 시각이 아닌 내면의 세계를 제대로 봐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이나 가족의 밥벌이가 아닌 국민과 사회, 그리고 국가 경제를 위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 백신 개발보다 더 강력하게 인류의 건강과 장수명을 지킨 것은 상·하수도 기술개발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건설기술인이 자신을 위한 도로나 집을 건설하기보다 국민을 위한 집과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전부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 활동이 폄하돼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건설기술인이 아무리 자신을 부정해도 건설기술인 호칭은 뗄 수 없다. 기술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자신의 눈으로 건설을 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의무와 책임도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건설의 이미지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이복남 교수] bnlee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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