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과 종합건설 간 상호시장 진출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일부 드러나고 있다. 기본적인 업역 개념부터 아전인수로 해석하거나 발주자 지침 등을 왜곡 시행하는 일은 조기에 즉시 바로잡는 것이 좋다.

건설업 업역규제 폐지에 기본적인 조건이 있다. 공사비 2억원 미만 사업은 2023년 말까지 시행을 유예해 전문건설 영역으로 둔다는 것이다. 소규모 영세 업체 보호를 위한 조치다. 종합건설사들이 이런 소규모 사업까지 넘보지 말라는 것이다. 전문과 종합 간 양보와 타협의 산물이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이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사례가 이른바 ‘연간 단가’와 ‘관급자재’ 관련이다. 

서울 관악구가 지난달 25일 ‘2021년 보도보수공사(연간단가)’를 전문, 종합 모두를 상대로 입찰공고했다. 원래 전문공사였으나 여러 개의 부대공종·종공종을 마치 주공종인 것처럼 함께 나열해 종합건설에까지 기회를 준 것이다. 특히 몇 달 단위로 하면 2000만~3000만원의 소규모 공사도 연간단위로 가면 2억원을 초과할 수 있다. 상하수도는 한 군데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밤낮없이 긴급 출동 보수 정비가 필요하다. 물바다나 도로 포트홀, 싱크홀이 그런 상황이다. 이런 일에는 직접 시공을 해온 전문업체들이 제격이다. 시민 생활이나 안전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전문성과 신속성이 요구된다. 이런 공사까지 종합건설사를 참여시키는 것은 공정한 게임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관급자재를 사용하는 공사는 또 어떤가. 가령 예정금액이 3억원이라도 실제 도급액은 1억원이고 관급이 2억원이면 사실상 1억원짜리 공사나 다름없다. 때문에 예정금액에서 관급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게 맞는다. 실제로는 2억원 미만 공사인데도 예정가가 3억원이라는 이유로 전문과 종합 모두에게 입찰 기회를 주는 것은 뻔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조치이다.

무리한 해석과 강요로 발주처 관계자들을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이른바 ‘계관조(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 종합공사와 전문공사를 나누는 기준)’를 전가의 보도처럼 아무 곳에나 갖다 붙이는 것도 무책임한 발상이다. 그런 식이라면 이 세상 공사에 종합적인 ‘계관조’가 필요하지 않은 공사가 어디 있겠나. ‘시설물유지보수’가 이름 하나로 만능면허 역할을 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오히려 ‘계관조’가 필요 없는 전문공사 영역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

모양만 생산체계 혁신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거대 자본의 논리나 힘이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지금이 왕성한 식욕을 드러낼 때인가. 무분별한 약육강식, 기울어진 운동장은 처음부터 바라던 바가 아니다. 제자리를 잡기까지 신중하고 공정한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대형 마트가 등장했을 때 취했던 전통시장 보호 조치들을 참고해볼 필요도 있다. 처음 가는 길에 시행착오, 뜻밖의 문제점들이 나올 수 있다. 빨리 시정하면 되고 이해당사자들 간에 그런 약조도 있었다. 행정편의, 무사안일, 거대 자본 편들기로 가다간 판이 깨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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