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월례비=부당이득금’ 판결
반환 청구는 비채변제 법리 적용해 기각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근절돼야 할 관행이라는 법원의 지적이 나왔다. 소득세 탈루, 허위 회계처리 유발 등 불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월례비 지급이 민법상 비채변제에 해당해 전문건설사가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지난 4일 A전문건설사가 타워 기사 16명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기각했다. 

A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6개 공사현장에서 피고들에게 각각 약 1년의 근무기간 동안 시간외 근무수당(OT비) 및 월례비 명목으로 매월 약 300만원씩 총 6억5489만원을 지급했다. 피고들은 본인, 가족, 지인 명의의 계좌로 돈을 받았다. A사는 이 금액이 부당이득금에 해당한다면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들은 △임금을 원고가 대신 지급했다 △원고와 사실상 사용종속관계에 있거나 파견관계에 있다 △도급 또는 위임사무에 대한 보수에 해당한다 △용역 또는 위험부담의 대가와 사례금 성격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월례비가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전문건설)와 피고(타워 기사) 사이에 월례비 지급에 대한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월례비로 인해 피고가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월례비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이처럼 월례비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했지만 반환청구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원고는 월례비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지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비채변제에 해당한다는 피고들의 항변을 받아들였다.

비채변제는 민법 제742조에 규정에 대한 것으로, 채무가 없음을 알고도 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비채변제에 대해 “채무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변제를 강제당한 경우나 변제거절로 인한 사실상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부득이 변제하게 된 경우 등 그 변제가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지급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에선 전문건설사들의 월례비 지급이 공사 중 손해를 피하기 위해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월례비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면 기사 교체, 도급사에 타워사 문제 지적 등 방법을 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월례비는 근절돼야 할 관행”으로 봤다. 원청이나 타워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를 이유없이 하도급업체에 전가한 것이 부당하다고 언급했다. 월례비 액수가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결정되고, 월례비 지출에 대한 회계처리가 허위로 이뤄지고, 타워기사의 소득세 탈루 등 불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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