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모든 산업에 불어닥쳤다. 건설업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선제적·선도적 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건설업체들이다. 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라는 용어부터가 낯설다. 수주해서 공사 잘하면 그만이지 웬 영어 타령? 쉽게 외우려 “애쓰지 경영”이라는 우스갯말도 돈다. 하지만 이제 건설업에서도 ESG 경영은 먼 나라 얘기도, 피해갈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ESG와 경영이 별개가 아니라 ESG가 곧 경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전통적 의미의 기업경영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 이를테면 확장된 경영 개념이다.

과거처럼 매출이나 이익, 부채 같은 재무 정보로만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이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돼 환경문제는 도외시하는 게 아닌지, 사회적 책임은 다하고 있는지, 고용 등에서 안전하고 투명한 운영구조인지 등 비재무적 요소들도 따져봐야 한다. 예전에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측정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ESG가 새로운 평가지표이자 투자기준, 경영지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건설산업의 ESG 기준을 예로 들어보면 환경의 경우 앞에 ‘친환경’ 개념을 붙이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건설 관련 기술이나 자재, 장비와 개발 등이 그것이다. 환경 유해물질 배출 저감이나 자연보호 및 에너지 효율도 포함된다. 사회 분야로는 건설 고용 관행 개선이나 인권 보호,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주거시설, 지역사회 발전, 그리고 건설 안전 등이 기준이다. 지배구조 관련은 부정부패 근절과 건설 공정거래 정착, 상생협력, 투명경영, 윤리적 건설문화 정착 등을 예로 들어볼 수 있다.

대형 종합건설사들은 이미 ESG 경영을 천명하면서 구체적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는 협력사 선정이나 입·낙찰을 위한 ESG 평가모델 구축 방안 등도 포함된다. 이쯤 되면 중소 전문건설업체들도 마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선 자재·장비부터 시공 방법에 이르기까지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사들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사회적 책임 쪽이 많다. 노동·인권·인재개발·산업안전 등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당 노동행위와 하도급 갑질, 근로계약서 및 수당 지급, 외국인 근로자 문제 등과 관련된 사항이 주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이 비용이다.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를 어떻게 충당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가족 승계회사 같은 경우 고민할 대목이 많을 것이다.

한편으로, 건설업에 ESG는 결국 규제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지고 엄격해진다는 의미가 있다.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이다. 일단 ESG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자체적으로 ESG 관련 리스크관리 전문가와 분야별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관련 당국도 건설사들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건설 ESG 지원 TF’(가칭)라도 구성해 교육훈련과 인력양성 등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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