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준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5.4%, 전체 취업자의 7.5%(201만6000명)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으로서, 국가의 주거·물류·산업인프라를 건설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반면 과다한 산재 사망사고와 임금 체불 그리고 반복되는 부실시공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또한 기능인력의 고령화와 숙련인력 부족으로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작년 6월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 이후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지난 1월11일 광주 화정 신축현장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사고 원인은 불법 재하도급, 저숙련 불법외국인 고용, 관리감독 부실 등으로 과거와 닮았다. 체불·산재·붕괴의 오명을 벗고 건설산업의 위상을 회복할 수 없을까.

건설현장 폐해는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 누가 몇 단계를 거쳐 얼마에 수주했고, 누구를 고용해 며칠 동안 시공했는지 불투명하다. 강자의 ‘단가 후려치기’로 공사비가 부족해진 약자는 그 돈에 맞추려니 ‘가장 싼 아무나’에게 ‘빨리빨리’ 시공할 수밖에 없다. 20여 년 전에는 인건비 부풀리기용 ‘한 가마니의 도장’도 등장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당시엔 일을 하고도 경력은커녕 근로자 신분조차 입증할 수 없었다. 

건설산업이 오명을 벗고 위상을 회복하는 길은 ‘투명화’다. 도급단계 최말단의 최소 단위인 ‘일한 사람의 일한 날수’를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상적인 공사기간과 그에 필요한 공사비가 얼마인지를 정당하게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개인별 근로경력을 입증해야 직업전망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생산은 비정규직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동이 잦아 고용관리 또한 어렵다. 그러한 어려움을 겨냥해 도입된 특효약이 바로 ‘전자카드제’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는 1998년 도입됐으나, 신고수단으로써 전자카드제가 법제화된 것은 2020년 11월(공공 100억원 이상, 민간 300억원 이상)이었고, 올해 7월부터는 대폭 확대(공공 50억원 이상, 민간 100억원 이상)될 예정이다. 근로자는 전자카드를 현장의 단말기에 태그해 자신의 근로내역 누락을 막고, 사업주는 이를 바탕으로 퇴직공제 신고 및 급여관리 등 노무관리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자카드는 38만6000매가 발급됐으며, 총 2872개소 사업장에서 전자카드제를 시행했는데, 통계 분석 결과 신고일수 및 신고인원이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뚜렷하게 입증됐다.

또한, 전자카드제가 지닌 빅데이터로서의 잠재력과 활용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근로자 정보, 출·퇴근 정보, 현장 작업정보 등 개인별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고 누적할 수 있다. 직종별 경력정보는 교육·훈련·자격 정보와 결합돼 기능등급제를 통해 객관적 숙련수준의 입증과 직업전망 제시를 가능케 한다. 하도급지킴이 등의 임금지급 시스템과 연계해 임금 체불도 예방할 수 있다. 직종별 위험도 파악을 통한 안전사고 예방과 사고발생 시 사고자 파악 및 구조작업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요컨대, 전자카드제는 건설현장의 가장 미세한 정보인 ‘일한 사람의 일한 날수’를 관리해 건설산업 전체의 투명화를 달성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다. 이를 통해 정당한 공기와 공사비를 확보해 정상시공의 여건을 조성하고, 직업전망을 제시해 청년층 진입 및 숙련인력 육성을 촉진하며, 세밀한 작업정보를 제공해 관리감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전자카드제는 건설산업 투명화의 인프라이자, 국민신뢰 회복의 마중물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