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7만여 개 전문건설사업자 대표들이 거리 투쟁에 나섰다. 추위도 팬데믹도 아직 매서운데 말이다. 이들은 지난 17일 국회에 이어 24일에는 정부 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누가, 무엇이 이들을 장외 투쟁으로 내몰았나. 정부의 무책임한 건설정책 때문이다. 2018년 12월 정부는 40여년 만에 건설업 업역 규제를 폐지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었다.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 칸막이를 없애 상호시장 진출을 통한 무한경쟁 체제로 만든 것이다. 불합리한 원·하도급 체계 타파 등 건설 생산체계의 혁신을 이룬다는 게 본래 취지였다. 노조까지 포함해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모양새까지 갖추며 진행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종합에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 꼴이었다.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인 전문은 존재 이유와 생계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됐다. 결국 전문업체들의 생존권 투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업역 폐지 후 29개 업종을 14개 대업종으로 통합했다. 이어 발주자 가이드라인, 주력분야 공시제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고 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예컨대 전문의 경우 업종 1~2개만 보유한 업체가 전체 90% 이상인데 신축공사를 위해서는 토목 3~4개, 건축 7~8개의 업종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등록돼 있어도 중급기술자 2인을 포함, 토목은 6명, 건축은 5명의 기술자를 보유하도록 했다. 형식은 상호진출이되 종합에만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대선이 임박했는데도 각 진영의 주요 공약에 건설업 현안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정부 당국이 평소에는 늘 홀대하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랴부랴 들고나와 의지하는 게 우리나라 건설업 현주소다. 국가 경제의 기반 산업을 이토록 홀대하는 예를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문제를 건설업 이익단체 간의 밥그릇 싸움이나 힘겨루기 정도로 여긴다면 곤란하다. 전문건설은 기본적으로 1개 이상의 전문 시공 능력을 갖춰 시공을 직접 하는 업체이다. 현장의 200만 건설인과 그 가족 등 수백만 명의 생존권이 걸려있다. 전문건설업의 붕괴는 이들에 대한 생존권 박탈이요, 전체 건설산업의 파국이다. 이는 또한 건설안전과 공사품질과도 직결돼있다. 부실한 건설 생산체계에서 어떻게 온전한 결과물이 나오겠나. 국민이 불안하다.

정부는 이제 관망과 고민의 시간을 끝낼 때가 됐다. 당장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한다. 누구는 시행·시공권 따서 온갖 하도급 갑질로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데 누구는 죽어라 공사만 하고 남는 게 없다? 그런 불공평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복잡할수록 원칙에 충실하면 좋다. 전문기술로 직접 시공할 수 있는 공사는 전문이 하면 된다. 그보다 복잡한 사업관리가 필요한 공사는 종합이 따서 전문과 함께 하면 된다. 다만 영세업체 보호를 위해 상호시장 개방은 공사비 30억원 정도의 일정 규모 이상으로 한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종종전전(綜綜專專)’이다. 즉, ‘종합은 종합답게, 전문은 전문답게’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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