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자들은 모든 것을 음모로 본다. ‘새만금 신공항’에도 음모론이 등장했다. 즉, 신공항이 독립적인 민간공항이 아니라 사실상 미군을 위한 군사적 목적의 공항이라는 주장이다. 터무니없다. 음모론자들은 실제 음모를 믿어서 주장하지 않는다. 얻어지는 것이 있기에 주장한다. 정치적 이득이다. 모든 단체는 이익을 전제로 한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정당인으로 변신한 사람들도 많다. 사익추구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사익을 공익이라고 포장하면 반칙이다. ‘새만금 신공항 반대운동’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

천혜의 갯벌을 거대한 매립지로 바꿔치기한 새만금 국책사업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시작 단계다. 개발 계획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5년 주기로 바뀐다. 불확정성은 독이다. 밴더빌트가 운수업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확정성 때문이었다. 배를 띄우려면 비용이 든다. 그래서 승객들을 충분히 끌어모은 다음 배를 띄워야 이윤이 남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밴더빌트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배를 무조건 ‘정시’에 출발시켰다. 바로 ‘정시운항’ 서비스의 시작이다. 처음엔 손해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금이다. 출발시각이 정확해지자 승객들이 많아졌다. 밴더빌트는 승객들을 끌어모으지 않았다. 다만 운항서비스에 확정성을 부여해 승객들이 스스로 나타나게 했다. 새만금 지역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려 하지 말고 그들이 스스로 나타나게 하기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의 핵심은 ‘신호’다. 운전자들은 청신호가 켜지면 망설이지 않고 교차로를 통과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개발에 청신호가 켜져야 망설이지 않고 투자한다. 

새해 들어 있었던 일이다. 군산공항 사정으로 항공편이 취소됐으니 탑승객들에게 광주공항을 이용하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비용보전도 없이 탑승객들이 알아서 찾아가라는 식의 문자는 황당하다. 외국인 투자가가 그런 문자를 받았다면 새만금 개발의 ‘싹수’가 노랗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동네에 전철역이 생기면 교통도 편해지지만 땅값이 오른다. 신공항은 출입국을 편하게도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개발 청신호를 보낸다. 새만금 신공항이 당장 착공돼야 하는 이유다. 새만금 사업은 항해 중인 배와 같다. 그래서 난관이 많다. 신화시대엔 세이렌의 노래가 난관이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뱃사람들이 유혹에 넘어가고 배는 난파하고 말았다. 오디세우스만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전략적 사고를 갖추었던 덕분이다. 그는 유혹에 넘어갈 수 없도록 스스로를 배 기둥에 묶어버렸다. 새만금에 필요한 것은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묶는 전략이다. 강조하지만 신공항 건설이다. 신공항이 없으면 새만금 개발도 없다.

한국의 영토는 좁다. 더 큰 문제는 안목이 좁은 것이다. 그럼 영토를 비좁게 쓴다. 그 결과 모든 것이 몰리고 쏠린다. 불어나는 수도권 인구와 소멸 중인 지방 인구가 그 증거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역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기조와도 닿는다. 새만금 신공항 착공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주저한다면 두 가지 중에 하나다. 새만금 개발 의지가 없거나 전략적 사고가 없거나이다. 신공항 착공이 없다면 새만금 개발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그럼 새만금 사업은 선거용 이벤트일 뿐이다. 선거 전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선거 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그런 곳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