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의 업종 간 업역규제 폐지 및 상호시장 개방 등 건설산업 개편 몸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 업역 구분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종합건설사들이 종전 전문건설업체들의 영역에서 수주하는 액수가 기존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전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종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후 전문건설업체들의 수주액은 사실상 급감했다. 지난해 전문 공공공사 발주액 11조6701억원(8만4599건) 중 종합건설업체가 9689억원(3081건)을 수주했다. 반면 종합 공공 공사는 지난해 35조8182억원(2만854건)이 발주됐으나 전문건설업체 수주액은 2785억원(646건)에 불과했다. 건설 업역 폐지로 수주액 증가를 기대했던 전문건설업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일감을 빼앗긴 상황이 된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업역 폐지가 민간 공사까지 확대 시행되는 올해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의 ‘수주(일감) 불균형’이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력에서 월등하게 앞선 종합건설업체의 입찰 전력을 전문건설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등은 공동으로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기자회견과 국회 앞 집회 등을 열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앞으로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업종 개편의 민간시장 확대 등을 총력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전문건설업체와 종합건설업체의 업역 체계를 예전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이 당초 종합·전문건설업계의 질적 향상과 생존을 위해 시작됐다는 점이다. 상호 시장 개방을 통해 업종 간 경쟁을 유도해 건설산업을 선진화하겠다는 데 있었다. 특히 건설 관련 사고가 날 때마다 반복돼 온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줄이겠다는 종합·전문건설업계 의지도 내포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산업 업종 개편의 전면 복원은 쉽지 않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건설업계가 합리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단순히 수주액 감소라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 업역 폐지를 전면 부정해서는 정부는 물론 종합건설업체도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업역 폐지를 전면 부정하기에는 이미 늦은 만큼 종합건설업체들도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업체 쪽에서는 특정구간의 소규모 영세업체 보호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건설산업이 경제의 근간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민 편의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어느 산업보다 커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설산업 선진화와 건설업 생산성 혁신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에게 질 높은 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건설산업 선진화가 어떤 한쪽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 결국 ‘건설 안전사고’, ‘공사 품질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업종 간 업역규제 폐지와 상호 시장개방 등 건설업 생산체계 개편이 종합 대 전문 건설업계 간의 충돌로 이어지기 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책을 내야 한다. 정부가 ‘법 시행 초기의 혼선’, ‘시행해 본 후 문제점 개선’ 등으로 미룰 경우 건설업계 갈등과 충돌은 커질 수밖에 없고,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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