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소규모 공사 입찰 경쟁률이 400대 1, 500대 1이라니 말이 되느냐. 이러려고 그 우여곡절을 거쳐 법을 바꾸었나?”. 전문건설업체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7만여 전문건설업계 대표들의 2차 생존권 보장 궐기대회가 조만간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17일 국회 앞 집회에 이어 같은 달 24일 예정이었으나 집회 효과성 등을 위해 일단 숨고르기 중이다.

전문건설인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심정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제 곧 날이 풀리고 수주가 쏟아져 2~3개월이면 올해 웬만한 물량은 모두 결정이 난다. 시간과의 싸움인 것이다. 그동안 정책 시행 초기니, 대통령 선거니 하면서 정부 당국이 듣기만 한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제 대선도 끝나는 이상 더는 미루지 말고 살길을 마련해달라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그 근거가 되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간결하다. 건설 업역의 공정성과 생존권 보장이다. 종합건설 면허로는 거의 모든 전문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데 비해 전문이 종합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종합건설 수준의 까다로운 등록기준을 갖춰야 한다. 전체 전문업체의 90% 이상이 전문업종 면허 1~2개만 소유한 업체인 마당에 면허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불공평이자 또 하나의 업역 칸막이이다.

정부 당국은 앞으로 대업종화가 시행되고 2024년부터 전문업종 간 컨소시엄(공동도급)도 활성화되면 전문건설업계 사정도 좀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 가봐야지 알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대업종화가 실행되더라도 토목은 3~4개, 건축은 7~8개 업종면허가 있어야 신축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또한 면허를 보유하더라도 중급기술자 2인을 포함한 토목 6명, 건축 5명이라는 종합건설 등록기준이나 공종별 실적까지 추가로 요구받고 있다. 말이 상호시장 개방이지 전문이 종합공사에 참여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 간 컨소시엄도 2021년부터 3년간은 종합진출에 필요한 실적을 쌓을 수 없는 만큼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한시가 급하다. 위중증 환자는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할 것 아닌가.

우선은 올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곧 진행될 공공 발주에 전문이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핸디캡과 체급조절을 해줘야 한다. 싱글 핸디캡 골퍼와 보기· 더블보기 플레이어, 미들급과 플라이급을 똑같은 조건으로 경쟁시킬 수 없는 일이다. 주공사와 부대공사를 확실히 구분해 주공종 1~2개 만으로도 입찰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 계약금액에서 관급자재비를 제외한 2억원 미만 공사는 철저하게 전문만 들어올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한다. 

전문건설업체들로서는 이 시간에도 공사현장의 안전 확보와 공사 품질 향상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거리로 나와 생존권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괴로울 따름이다. 정부 당국은 이런 점을 헤아려 가래로 막을 일을 포크레인으로 막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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