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부동산 시장 초유의 관심사는 ‘인구절벽’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지면서 깡통전세, 하우스푸어라는 단어가 회자되던 때였다. 저금리,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에 해리 S. 덴트가 쓴 <2018 인구절벽이 온다>는 부동산 폭락론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부동산 폭락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부동산은 2017년 이후 뜨겁게 불타올랐고 지난해에는 ‘패닉 바잉’이 절정에 이르렀다. 웬만한 아파트의 2022년 집값은 2010년대 초 대비 세 배가량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의 걱정은 괜한 기우에 불과했을까? 정말 인구는 부동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리는 그간 인구는 부동산 수요에 큰 영향을 준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그들이, 아니 우리가 틀렸던 것일까?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인구동향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코로나19는 인구구조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초과해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되는 지점)는 이미 2020년 시작됐다.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 무려 8년이나 빨랐다.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3만2600명이 초과하면서 인구의 첫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감소폭이 5만7300명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26만500명)는 역대 최소였고 사망한 사람(31만7800명)은 역대 최대였다. 혼인건수도 전년대비 9.8%나 줄었다. 가뜩이나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풍조에서 코로나19로 만남까지 줄어든 결과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고령자가 늘면서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트렌드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더해지면서 사망자 수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누적되는 내년에도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출생아 수가 줄어든다고 우려는 해도 총인구는 늘었다.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시장에서는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계속 증가했다는 뜻이다. 실제 인구절벽론이 득세하던 2012년 21만7000명이 자연증가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됐고, 그 감소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2010년 초반과 전혀 다른 양상이 부동산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시도별로 보면 경기(8만7000명), 세종(2만2000명), 울산(6000명)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서 인구가 줄었다. 특히 경북은 10만9000명, 부산과 전남은 9만1000명씩 감소했다. 인구감소의 영향을 당장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인구감소의 충격이 이미 시작된 곳이 있다. 대학가다. 상당수 지방대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학생이 대학정원보다 적은 ‘대입 역전현상’은 2020년 처음 일어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학년도 기준 대입가능자원은 47만9376명으로 대학입학정원(2018년 기준 49만7218명)을 처음 웃돌았다. 대입역전현상 3년만인 올해 부산대, 경북대 등 지방국립대도 미달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은 대학입학과 다르다. 금리와 유동성도 영향을 미치고, 한 사람이 여러 채를 보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파티는 빠르게 끝나가고 있다. 임대로 들어갈 사람이 없다면 여러 채를 보유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덧붙이자면 2년 뒤인 2024년부터는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도 감소한다. 고가의 집을 사줄 인구가 감소한다는 의미다. 확실히 최근 몇년간 가파른 집값 상승은 인구와 주택시장의 상관관계에 대해 무뎌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2022년은 인구감소가 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첫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