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우울한 소식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원인이 무단 구조 변경과 가설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강도 미달 등이었던 것으로 정부 조사결과 확인됐다.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 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 역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총체적인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였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정황이 너무 많다.

설계도서에는 일반 슬래브(재래식 거푸집)로 바닥을 시공하고 동바리를 활용해 지지하는 구조였지만, 시공사는 데크 슬래브(일체형 강판 거푸집)로 바닥을 시공하고 콘크리트 가벽을 세워 지지하는 것으로 설계를 임의 변경했다. 붕괴가 시작된 PIT층은 바닥 슬래브에 작용하는 하중이 기존 설계보다 2.24배 늘어났지만 안전성 검사는 하지도 않았다.

콘크리트 강도 역시 사고 발생의 단초가 됐다. 조사위원회가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실험한 결과 17개 층 중에서 15개 층의 시험체가 허용 범위인 설계 기준 강도의 85% 수준으로 미달했다.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지면 철근이 제대로 부착되지 않아 붕괴 위험 등이 높아진다.

공사 관리 역시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감리자는 발주 기관에 제출된 ‘건축 분야 공종별 검측업무 기준’과 다르게 작성한 검측 체크리스트를 사용했고,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상식 중의 상식’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단 증거다.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건설사들은 각자 할 수 있는 노력을 선보였다. 새해의 화두를 안전으로 정하고, 관련 조직을 개편했으며, 시스템을 바꿨다. 오랫동안 건설업계를 출입했지만 안전이 이 정도 화두로 떠오른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의 와중에도 현장에서 또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 유감스럽다. ‘이거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은 ‘6명 사망’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

국토부는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부실시공에 관한 최고 수위는 영업정지(최장 1년)보다 센 ‘등록말소’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사고에 앞서 지난해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철거 붕괴사고까지 낸 전력이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는 평가다. 만약 현대산업개발이 등록말소를 당할 경우 이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에 대해 정부가 1997년 건설업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 이후 25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건설업계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처벌 수위와 파장을 예의주시 중이다. 처벌 수위가 전례 없이 높을 경우 건설업계의 부담은 더 커진다는 걱정도 나온다. 각자 이 사안을 보는 시선이 다른 만큼 ‘이렇다’고 입장을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이라도 건설현장에 뿌리깊이 내린 ‘안전 고질병’을 고치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현산만 그럴 것 같나. 건설현장은 다 똑같다”는 관련 기사 댓글에 ‘좋아요’가 무수히 붙는다. 현장부터 건설기업 수뇌부까지,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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