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기다렸다는 듯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다는 소식이다.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놓은 후보의 당선 탓에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가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세제 변화도 있을 예정이고 주택담보대출까지 용이해질 전망이고 보면 당분간 그런 기조가 유지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집값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얼마 전 소식은 그냥 구겨진 휴지처럼 될 운명인 듯하다. 획기적으로 부동산 안정을 꾀하겠다는 후보가 제대로 정책을 펴기도 전에 집값 상승 조짐이 다시 생긴다니 시절이 하 수상하기만 하다. 

그 수상쩍은 상황을 놓고 언론 보도는 더 수상한 수사를 갖다 붙여 전한다. 그동안 집값 상승에 날선 보도를 하던 언론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당선인 확정 이후 들썩인다는 집값에 대해선 전혀 다른 용어를 동원해 보도하고 있다. 공약대로만 하면 ‘대박’이라거나 부동산이 대선의 ‘수혜주’가 되었다고 상승을 부추긴다. ‘대선 후 규제 완화 기대 반영’ 등 집값 상승에 긍정적 수사를 얹은 보도가 줄을 잇는다. 불과 며칠 전까지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분노가 정권교체 구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던 언론이었다. 집값 오를 준비를 놓고 언론이 기쁨에 차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부동산 보도가 정치 보도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언론의 부동산 보도에 대한 괜한 투정이나 트집은 아니다. 지난달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부동산 보도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 안에는 부동산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담겨 있다.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 시민들은 정부, 정치권, 투기세력에 이어 언론을 네 번째 주체로 꼽았다. 부동산 보도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답이 도움을 준다는 답의 네 배에 달했다. 심지어 부동산 보도가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은 응답자의 84%에 이르고 있었다. 

부동산 보도에 대한 불만은 시민에 그치지 않았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기자들조차도 부동산 보도를 부끄럽게 여긴다는 답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민의 주거 안정보다는 광고 수익에 맞춘 기사를 낸다는 답을 내놓은 기자도 있었다. 서울 부동산 중심이며, 그것 또한 임대사업자 중심으로 보도한다는 고백도 있었다. 언론이 제 살자는 방향으로 부동산 보도를 내놓고 책임도 지지 않는 행태를 보도 생산자들 스스로 실토하고 있었다.

부동산 보도가 제대로 가닥을 잡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부동산 상황을 전제하고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이 없으니 정치적 입장에 따른 부동산 정책 평가가 이뤄질 뿐이다. 어느 정권 땐 올라도 문제, 내려도 문제이다가 다른 정권 땐 올라도 호재, 내리면 정책 성공으로 포장되기 일쑤다. 이런 식이니 여론 형성에 기여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오히려 상황 판단을 어지럽히고, 정책수립과 지속을 방해할 수도 있다. 언론을 두고 사회적 흉기라는 심한 지적이 있지만 부동산 보도에 접어들면 그런 지적이 그리 과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정권의 출범을 두고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국 사회가 제 걸음을 하기를 희망한다. 정책 실패로 인해 많은 이에게 절망과 분노를 안겼던 부동산 정책도 제 자리를 잡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부정적 여론이 더 많긴 했지만 언론에도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진 않고 있다. 정치화의 수준을 낮추고 부동산 정책을 감시하며, 여론을 정확히 포착하고 전달하는 일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그런 희망과 기대가 없다면 언론에 대한 험담을 왜 하겠는가.

부동산 보도와 관련한 여러 희망을 챙겨야 하는 주체는 누가 뭐래도 언론이다. 생산적인 부동산 보도 제공은 어쩌면 언론이 어려운 언론환경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온 사회가 고민하는 의제를 이끌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잃었던 윤리적 지도력을 회복하는 꿈 같은 시간을 맞을 수도 있다. 모두가 새로운 시간을 맞아 자신을 챙겨보고 제 몫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넘치는 시간이다. 언론이 그 맨 앞줄에 서보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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