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해외의 자국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국내 복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미 공약했듯이 과도한 규제를 풀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우리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물론 해외 기업 유치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패권 경쟁,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만 보더라도 당장 주요 제품의 생산·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의존적으로 쏠려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국경봉쇄 등 예상치 못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모든 경제가 일시에 무너져버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전략 품목은 반드시 국내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우리나라도 경험칙을 바탕으로 그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와 관련한 법을 제정해 실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돌아오는 기업의 숫자는 미미한 편이다. 무엇보다 임금 수준이 너무 높고 각종 규제 장벽들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고 현대차그룹 역시 5년간 8조원을 투입해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하기로 한 것 등은 모두 우리나라의 과도한 규제와 세금, 강성 노조 때문이다.

리쇼어링을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 제고와 세제 혜택 확대,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과잉 규제 개선 등의 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 외교와 한미동맹도 중요하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정책에 따라 자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반도체 회사의 생산기지까지 미국으로 유인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중국 진출 미국기업이 중국 옆 나라인 한국 쪽으로 ‘니어쇼어링(Nearshoring, 생산기지 인접 국가 이전)’ 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우리 정부 정책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거꾸로 이용할 필요도 있다. 땅덩어리는 좁고 인재는 많다. 자꾸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외국이 리쇼어링 기업 유치에 혜택을 주는 분위기를 잘 이용해 좋은 조건으로 외국에 진출해야 한다. 외국에서 터를 잡는다고 해서 그 나라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편한 곳, 안정된 곳만 찾아다닐 형편이 아니다. 수익을 내고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건설도 마찬가지이다. 국내는 좁다. 갈수록 신축 물량은 줄어들고 노후 시설물이 늘어가고 있다. 건설업 상호 시장 진출로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좁은 국내에서 서로 경쟁하며 진을 뺄 게 아니라 넓은 외국으로 나가서 마음껏 활개를 펴는 쪽이 낫다. 얼마 전 우리나라 건설사가 터키에 준공한 세계 최장 현수교 ‘차나칼레 대교’가 좋은 예이다. 주식도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고 했다. 리쇼어링 붐의 시대, 한편으로 이때가 해외 진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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