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이 꿈틀대면서 ‘집값 재상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조정기에 들어갔던 서울 아파트값이 ‘윤석열 효과’에 힘입어 바닥을 치고 본격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일부 지역 집값 오름세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뿐 대세 상승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금리 인상 기조와 장기간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 대내외 경제 악재 등을 감안할 때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 꾸준하게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이후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낮췄던 호가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대선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사라진 데다 윤석열 시대를 맞아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진 게 분위기 반전의 가장 큰 이유다.

그렇더라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은 집값 상승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주택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도는 것은 맞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고, 이 또한 언제까지 지속할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집값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 및 실행 속도와 금리 인상 여부다. 윤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상당수는 시행령 개정 등으로도 가능하지만, 적지 않은 공약이 법 제·개정 사안으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법 제정과 개정이 필요한 게 많아 정책을 실행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집값 폭등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규제 완화 카드를 섣불리 꺼내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와 폭도 큰 변수다. 앞으로 기준금리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물가’인데,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통상 대출금리가 6%를 넘어가면 다른 규제들을 풀어줘도 매수세가 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섣부른 집값 재상승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섣부른 바닥론에 현혹돼 ‘묻지마 구매’에 나섰다가 몇 달 후에 집값이 떨어지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변수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반대하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후 부동산 정책 및 제도 윤곽이 드러난 이후에나 집값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동산시장 분석과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다. 근거 없는 비관론도 피해야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앞에 닥친 시장의 현상만 바라보기보다는 시장을 둘러싼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장기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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