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엄청난 스트레스 구간에 들어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 말미에 만난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 말이다. 당시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여론조사 등에서 우위를 달릴 때였다. 그는 “집값을 겨우 잡을 둥 말 둥 하는 타이밍인데 자꾸 규제 완화 시그널이 확산하면 스트레스 구간에 갇혀 있던 시장이 다시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말은 현실이 됐다. 윤 후보의 당선 뒤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권과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집값이 뛰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강남구는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뛰어 1주일 전 0.02%에서 상승폭을 0.04%로 2배 늘렸다. 

단기간에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 같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 달여 활동하는 동안 설익은 정책들을 남발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부동산 정책 또한 ‘세제·대출·재건축 규제 정상화’라는 큰 원칙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대책 발표는 상당 기간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속전속결식 규제 철폐를 기대했던 시장은 불만이겠지만 세계·한국 경제에 하방 리스크가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화로 인한 공급망 훼손, 이에 따른 각국의 물가상승 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1월 수정 보고서 및 지난달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밝힌 3.0%보다 0.5%포인트 내린 수치다. IMF는 또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0%로 봤다. 지난달 연례협의 당시(3.1%)보다 0.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 기준으로 4%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4.0%)이 가장 최근이다. 이미 한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1%에 달했다. 10년 3개월 만의 첫 4%대 기록이다.

금리 인상과 부채부담 증가도 당면한 리스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0.25%포인트씩 네 차례, 총 1.00%포인트 뛰었다.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른 시중금리는 ‘영끌’한 ‘2030’세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부터 타격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기는 없더라도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과 새 정부가 인플레이션의 선제 차단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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