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등 때문에 생긴 세계 원자재 대란이 국내 건설현장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멈추거나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데도 원자재 비용 때문에 늘어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타격을 입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건설현장과 관련한 원자재 가격은 말 그대로 무섭게 뛰고 있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는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레미콘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1t당 7만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8000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5.1% 올린 뒤 8개월 만에 또다시 두 자릿수 인상에 나섰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나 오르는 등 원가 상승 부담이 큰 탓이다.

철근 가격도 무섭게 뛰고 있다. 최근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치솟자 고철을 원료로 만드는 철근과 형강 등 건축용 철강재 가격도 급등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철 평균 가격은 지난해 3월 t당 42만원에서 지난 3월 69만4000원으로 63% 오른 뒤 4월 들어 70만원대를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가는 2008년 국내 철근파동 때 기록한 68만원이다. 여기에 목재합판은 1년 새 50%, 잡자재 40%, 인건비도 10~30% 올랐다.

건설자재 가격은 전체 공사비의 30%를 차지한다. 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에서는 자재대란으로 공사 현장이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실제로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건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공사 전문건설업체들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며 공사를 중단하려다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철회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다. 만일 이들이 실제로 공사를 중단하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전국의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 600여곳은 멈춰선다.

그렇다고 시공사인 건설사가 무작정 공사비 인상분을 떠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발주처에 단가 인상을 요구하기도 어려운데 계약대로 공사기한은 맞춰야 하는 부담이 높다. 이같은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비용 등은 모두 떠안아야 한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올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다소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최대 24%까지 줄어든 것도 원자잿값 상승과 무관치 않다.

정권 교체기라 해서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자잿값 인상은 분양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건설 등 메이저 시공사 4곳이 공사를 중단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처럼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는 단지도 늘고 있다. 더군다나 분양가 상한제 등을 피하려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분양 시기를 늦추는 재건축 단지 등이 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자잿값 인상에 공사비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제2, 제3의 둔촌주공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는 뜻이다. 아파트 공급이 늘어지면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급등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변할 수 있다.

건설 자재비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부가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고려해야 할 때다. 올 3월 인상한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의 추가 인상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설업체, 국민, 정부 모두 공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