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0일부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핵심 원칙은 ‘공정’과 ‘원칙’이다. 이를 건설업계에도 적용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럿 있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은 진단과 처방이 틀린 규제다. 틀린 건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중대재해법이 지난 1월27일 시행 후 최근 100일을 맞았다. 당초 법의 취지대로 과연 산업재해가 크게 줄었을까. 요약하자면 ‘아니다’에 가깝다. 또 다른 관심사는 ‘부작용’이다. 이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했다고 볼 수 있다.

국회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지난 4월28일까지 3개월간 58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은 수사받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3곳도 중대재해로 수사받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예방 효과는커녕 기업과 CEO만 ‘범죄자 낙인’을 찍고 있다.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기업이 영향을 받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수사의 장기화다. ‘중대재해 1호’인 삼표산업의 경기 양주시 채석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말에서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양주 석산 현장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지만 언제쯤 수사가 마무리될지는 오리무중이다.

두 번째는 재판의 장기화다. 검찰 기소로 법정에 설 경우 기업은 더욱 오랫동안 중대재해법에 발이 묶이게 된다. CEO의 형사처벌 여부를 두고 기업과 검찰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재판은 길어질 것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안이 시행됐다. 피고인 동의 없는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되면서 이전보다 재판 기간이 대폭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법원에선 재판 지연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런 세 가지 항목이 겹침에 따라 기업의 중대재해 재판 기간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장기화할 것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차질, 비용손실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고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는 157명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166명)에 비해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이는 법 시행 초기 사고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일제히 공사를 중단한 영향도 있다. 현재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법을 바꿔야 한다. 기업과 CEO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주체로 규정해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기에 반드시 이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산업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기업은 벌떼 수사를 받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대재해법을 손봐야 한다. 새 정부의 시급한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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