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공약이다. 기획재정부는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도 종부세도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해 대폭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재산세 감면도 뒤따른다.

최근 몇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가진 사람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집값이 올라 자산도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정도껏 올라야지, 너무 오르다보니 당장 내야 할 세부담에 불만도 커졌다. 문재인 정부가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을 11억원으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올해 종부세를 2021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부과키로 한 것은 화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보유세 완화는 집 가진 사람들의 과중한 세부담을 덜어주는 수준에서 끝내야지 세부담을 느끼지 않는 수준까지 낮춰 버리면 여러가지 문제가 또 발생한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이 자산소득과 노동소득 간의 조세 불평등이다. 노동소득의 경우 과세표준 1200만원부터 6%의 세금이 부과된다. 사람마다 공제가 천차만별이긴 해도 1년에 3000만원 이상 벌면 누구나 세금을 낸다. 과세표준 4600만원까지는 15%, 과세표준 8800만원까지는 24%의 세율이 누진 부과된다. 대충 계산해보니 연봉 5000만원은 400만~500만원 정도 세금을 낸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제사회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 방향과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민간부동산자산 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액)은 0.17%다. 시가 10억원 집을 갖고 있으면 연간 170만원 가량의 보유세가 부과된다는 의미다. 그나마 세금이 중과되는 다주택자 때문에 전체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아진 것으로 순수 1주택자 기준으로 보자면 세금은 더 적다고 봐야 한다. 

단순계산으로 연봉 5000만원을 모아 10억원을 만들려면 20년이 걸린다. 이때 매년 400만~500만원의 세금을 낸다. 하지만 10억 집에 붙는 세금은 연간 170만원이다. 주택매입 때 취득세를 내는 것을 감안해도 세부담에 차이가 난다.

일하기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이 훨씬 유리한 사회다. 그러다보니 부동산으로 다시 투자수요가 몰리고, 부동산 가격은 또 올라간다. 한국인의 가계자산 중 70%는 부동산이고 30%가량이 저축, 주식 등 금융상품이다. 이러다보니 소득이 아니라 부동산 소유 여부가 개인의 부를 좌우한다. 

최근 만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1990년대 버블 당시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 30%가 금융상품”이었다고 말했다. 도쿄 땅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을 정도라던 당시의 자산버블은 일본인들의 노동관을 바꿔놨다고 한다. 일본 제조업이 199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은 단지 플라자합의 과정에서 빚어진 정책실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MZ세대들도 “돈을 벌어서는 집을 못산다”고 말한다. ’영끌’을 해서 집을 사든가, ‘영끌’을 해도 목돈을 쥘 수 없는 MZ는 주식, 가상통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어떻든 노동은 아니라는 거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보유세 완화에도 상당한 사회적 기회비용이 뒤따른다. 보유세 완화는 당장은 달콤하지만, 뒷맛은 쓴 정책이 될 수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는 최근 고액 주식보유자에 대해서는 과세하겠다고 방향을 바꿨다. 양도세를 전면폐지할 경우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보유세 완화도 속도와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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