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가 깊어지고 있다. 경제와 산업의 향방을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달 22~26일 2년 만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전환기 역사의 정부정책과 기업 전략이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항전 호소가 포럼의 첫 연설이 될 정도로 반전(反戰)에 포럼의 초점이 집중됐다. 매년 러시아 전시관으로 임대됐던 건물은 올해 러시아의 침공과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홍보관으로 바뀌었다. 단골손님 러시아가 이번에는 당연히 불청객이 됐다. 인구가 약 1만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에서 1971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민간 경제포럼이 반전 평화 포럼으로 덧입혔다.

포럼의 경제 논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곡물 가격의 급등과 인플레이션의 공포에 집중됐다. 세계식량기구(FAO)의 통계에 의하면, 식료품 가격은 전쟁 이전인 2020년부터 급등세를 나타냈으나 전쟁 발발로 급등세가 가속화됐다. 2022년 4월 곡물류, 야채유(油), 유제품, 고기류, 당류 등 5가지를 포함하는 식료품 종합가격은 3월보다는 1.2% 하락했으나 2021년 4월에 비하면 29.8%가 인상됐다. 2019년 연간 평균가격에 비하면 무려 66.7%가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유로존)의 올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4월 대비 각각 8.3%와 7.4%나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4.8%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4월 기준 물가 상승률은 연간으로 계산하면 58%에 이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도 길어지고 곡물과 에너지 공급의 부족과 왜곡 현상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일시적 가격 상승세가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깊어지면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물가 상승률보다 높지 않으면 저축률은 하락한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채 부담이 증대되고 투자가 위축된다. 물가 불안으로 소비와 자산 형성에 왜곡된 현상이 유발된다. 필요한 소비와 생산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자산을 매입하게 되면서 생산과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저하된다. 더욱이 산업활동에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경영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초래된다.

불확실성은 시장경제의 최대의 난제이고 적이다. 고위험 고수익의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언제든지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어느 모험가도 고위험 자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2022년 다보스포럼의 결론은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이다. 부제가 정부정책과 기업 전략이었는데,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공감할 뿐 경기침체를 수반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세계 40여개 국가의 전현직 최고위 통치자와 2500여명의 최고 글로벌 기업 경영자와 학자들이 모였지만, 기업 전략에 대한 조언은 감히 자신있게 시도하지 못했다.

에너지와 건설 원자재 수급에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건설산업의 몸부림도 격렬해져야 한다. 건설기업마다 체감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창사 이래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불확실성의 시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기후변화로 곡물 생산 감소와 자연재해의 빈발, 저탄소 경제체제의 가속화, 미중 패권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러시아 경제제재, 자국 우선주의의 강화,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 등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기업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제조업과 다른 서비스업에 비해 불확실성을 견뎌낼 시장 창출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기존 업종과 사업 방식에서 흔들림 없는 경쟁력을 갖췄다면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핵심 경쟁력에 더욱 밀착해야 한다. 운찰제 물량 수주에 의존한 사업 방식이라면 중대한 변화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적어도 3년 후에는 전혀 다른 체질의 기업으로 부활할 각오와 계획을 당장 고민해야 한다. 하도급 공사는 원청업체에 의존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깊어지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산업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발주자와 원청업체의 자금 긴축과 금융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면 하청업체의 생존방식은 변화돼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앞만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갑을 흘리기도 쉽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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