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규제(規制)란 ‘규칙이나 법령, 관습 따위로 정한 조항’을 말한다. 그 조항은 당시에는 필요해서 도입한 규정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변화된 세상에 맞지 않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현시점에서 규제라고 하면 ‘혁파·혁신’하거나, 최소한 ‘개선’해야 할 대상이 됐다. 개선해야 할 규제라 칭할 만한 것이 생겼다는 것은 상황변화로 그 조항이 현실에 맞지 않아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한편으론 그 누군가는 규제임을 알면서도, 아니면 규제가 됐는지 몰라서 변화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규제 혁신은 그 누군가의 신변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가 최적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섰기에 지금이 규제 혁신을 하기 좋을 때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했을 때 각 업계의 기관, 단체들은 규제개선을 건의한다. 처음 제출하는 건의사항은 아마도 그 업계의 사활이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꼭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수많은 현안들 가운데 취사선택하고 다듬어 제출한다. 그만큼 정성을 들였고 기대가 높기에 건의를 접수한 쪽에서도 심도 있는 검토를 하리라 기대한다.

전문건설업계도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개선이 절실한 규제들을 골라 건의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전건협)가 최근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 개선추진단에 건의한 규제는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도 개선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의 자격범위 확대 △건설업 외국인력 합법 고용환경 조성 △건설현장 근로시간 탄력적 운영 및 유연성 제고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 발주자 납부방식 전면 도입 △건설업 장애인 의무고용률 차등 적용 등 6가지다. 건건마다 전문건설업계 숙원이라 할 수 있는 현안들이다.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도 개선’은 전문건설업체가 시공 시 자재를 공급해주는 대로만 써야 하고, 매출 뻥튀기를 야기해 이윤 등의 감소를 불러오고 재료에 문제(하자)가 있다면 책임을 떠안게 되는 불합리함을, ‘안전관리자의 자격범위 확대’는 안전관리자 수가 현실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안전사고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라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문제 해소를 주문했다.

또 ‘외국인력 합법 고용환경 조성’은 내국인의 기피로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건설현장에서 각종 규제로 외국인 사용에 제약이 많고, 그나마도 코로나로 부족현상이 심각한데 노조의 방해까지 극심해 외국인 고용제한 해제·특별사면, 처벌유예 등을 통해 불법고용의 악순환을 끊어달라는 호소다. ‘퇴직공제부금 발주자 납부방식 전면 도입’은 공제부금을 발주자로부터 받아 납부하는데 받은 금액이 남으면 반납해야 하고, 모자라면 업체가 메워 넣어야 하는 사후정산이 불합리하니 차라리 발주자가 납부토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하나같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현재에 맞지 않으며, 일개 기업으로서 감당이 어려운 것들이다. 영어단어에 ‘갱신’, ‘최신’, ‘정보’라는 뜻을 가진 ‘update’가 있다. 규제는 ‘데이트’를 ‘업’하지 않은 컴퓨터와 같다. 사양이 떨어지고 업데이트가 안돼 느려 터진 컴퓨터로 사활이 걸린 일을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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